"심각한 문제가 있어."
"뭔데?"
갑자기 심각해진 호동의 표정에 신중은 재빨리 생각해 보았다. 녀석의 장난기가 또 발동한 모양이구나 싶어서였다. 어쩌면 신중의 예상이 적중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날 아침의 일 때문이다.
신중 역시 학교에 온 다음에도 틈틈이 그 생각을 했었다. (이 이야기는 신중이 호동과 사귀게 된 동기나 배경설명이 아니고, 그 과거로부터 훌쩍 현실로 돌아와 아침 등교길의 발랑까진 여학생들에 대한 것임에 추호의 착오도 없길 바란다.)
생각할 때마다 신중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누나 같은 계집아이들이기에, 싶었다. 괘씸죄에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감히 숫총각 앞에서 방자하게 외설스러운 말을 꺼낸 거야말로 괘씸죄 중에서도 최상등급에 속하는 괘씸죄일 것 같았다. 솔직히 다른 점도 있었다.
사춘기인 신중은 그답게 강한 호기심도 느꼈던 것이다. 여자애들이 임신에 대해서 마치 경험자처럼 그렇게 쉽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다니? K여고에서는 그것도 벌써 교육시키나? 혹시 임신까지 직접 시켜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누구의 애를 갖도록 만들지?
혹시 그애들 경험을 가진 건 아닐까? 아냐, 그럴 리 없어. 엉덩이만 커다래졌다고 다 경험잔 아닐거야. 보나마다 귀동냥으로 들었거나 주간지 혹은 스포츠신문 부록만화에서 봤을 거야. 걔들은 맨날 그 얘기 빼놓곤 시체니깐. 무슨 속셈으로 나처럼 순진한 청춘들을 상대로 포르노 교육을 시키려는 거지?
학교하고 부모는 공부하라, 걔네들은 섹스를 배워라 하니 어디 견딜 수 있어야지.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새로운 발명이 선행되야 해. 모든 청소년들한테 폭소가 되는 성인만화, 음란비디오, 입구에 <청소년입장불가>라 써서 달아놓고 은근슬쩍 들여보내는 극장의 에로틱 무비 같은 것들에는 청소년이 일체 접근할 수 없는 기절초풍 장치를 해 둔다면 발길을 못할 거 아니겠나……
어쨌든. 그런 등등의 신중의 머리속 호기심에 대해 불량하다든가 혹은 끼가 있다거나 아니면 윤리문제를 거론 하자고 입에서 침튀겨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떤 어르신네께서. "엉큼한 녀석 같으니 흐흠!"하고 신중을 나무랄 수 있다고 생각하실지? 그렇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즉 최소한 몇 차례의 그와 똑같은 상태에 빠져 있다든가, 아닐 경우 금명간에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근엄하신 어른들 녀석 역시 이미 경험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거나. 말도 안된다거나, 자신은 절대로 그렇지 않고 그러지도 않겠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현재 있는 그 자리에서 이 책을 잠시 내려놓고 두 손 번쩍 쳐들고 얘기해 보라. 큰 소리로. 거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자격여건도 갖추지 못한 채 황금의 힘으로 뽑힌 선량들이 순금 뱃지 깃에 달고 헛웃음치며 비까번쩍하는 의사당에서 거시기 노릇이나 하는 듯이 소속 당의 정책상 손을 쳐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만은 링겔 맞지 않고 순수하게 죽을 때까지의 단식투쟁으로 결사반대하고 싶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