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실에 대해 호동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을까. 아니면 아침에 직접 무엇인가 목격했기 때문인지 타고난 집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집념이란 때에 따라 전혀 엉뚱한 면을 보였다. 미스 코리아와 미스터 코리아가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미스 유니버스가 될 것이냐, 아니다. 그렇다, 아냐, 정말 그럴까 하는 식인 것이다.
"아침에 그 일 말야."
호동이 드디어 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이일?"
"능청떨지 말고 탁 털어놓고 두 다리 뻣는 게 어때?"
"자수하고 광명 찾아라?"
"맞았어."
"난수표도 없는데?"
"그거야 네 맘속에 있지. 분명히 있어."
"대체 무슨 뚱딴지 다리 긁는 소리니?"
"그래서 자수하라는 거 아냐. 걔네들 누구니?"
"걔네드을?"
신중은 호동의 말뜻을 이미 알아차렸으면서도 그런 식으로 어정쩡한 반응이었다.
"왜 이래, 너? 좋아, 내가 더 털어놓아 주지. 아침에 네가 정신 놓고 바라보면 여학생들 말이야. 이래도 시침떼진 못할 테지?"
"호동아."
"대답이나 해."
"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니? 너 그 말 문광부에 납본하고 공연윤리위원회에 심의필 했니?"
"너 정말 계속 그러면 내가 나발 분다."
"불지 말고 까보렴. 그게 더 낫지 않겠니?"
"꼭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가 까볼 수밖에."
신중은 호동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모두 네 명이지."
"?……"
"그 가운데 한 아이는 하마엉덩이하고 사촌뻘 정도 되었고."
신중은 할 말이 없었다. 계속되는 호동의 상황지적의 독설에 아연할 뿐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더욱 그럴 듯하게 말했다.
"다른 세 명 가운데 하난 말야. 고건 아주 미스 유니버스 찜쪄먹을 정도로 섹시하고 요염한 뒷모습이었고…… 어떠니, 이쯤에서부터 네가 까놓는 게 말야."
"안 까면?"
"곤란해지지."
"남영동으로 데려다가 물이라도 먹일거니?"
"물고문 정도가 아냐."
"그럼?"
"들어볼래?"
"?……"
"통닭구이, 전기고문, 물고문, 거꾸로 매달기, 불고문, 발바닥 칼로 자르기, 성고문……"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