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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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0>
  • 한지윤
  • 승인 2014.11.03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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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니?"
호동이 되물었다.
"호동이지?"
"바로 그거야. 망설이고 주저 할 필요 없어, 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들게 될 테니까."
"그럼?"

"그냥 돌격하는 거지."
"괴테의 외로운 병사처럼 말야?"
"너 똑똑한 거 나도 안다. 허지만 우리는 외로운 병사가 아니란 걸 명심해라."
"그럼 쓸쓸한 쫄병이니?"
"얏마, 그거나 그거나 뭐가 다르다고 그래? 하여튼 가는 거야."
"가아?"

"그래. 내가 이미 생각 한 자리 싸놨으니까 신경 끊고 말야."
"넌 참 기똥차게 빨리도 싸는구나. 벌써 쌌어?"
"내가 누구니. 이래 봬도……"
"강호동은 못돼도 이 우주 안에서의 김호동이지."
"맞았어!"

신중은 이 시간 이후로 생기는 어떤 문제의 발생에 있어서도 호동만을 믿고 의지하기로 결심했다. 믿음, 소망, 사랑의 삼위일체를 호동에게 걸고 그가 하라는대로 무작정 따라서 하려는 결심이었다. 언제 어떤 수난을 당하게 될지 전혀 예측불허인 상태에서 무조건 돌격하게 된 것이다. 신중의 생각에 호동이야말로 노아의 방주였다. 하늘의 심판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대홍수가 찾아든다 해도 같은 생각이다. 왜냐하면, 호동의 덩치가 부패해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때가지는 적어도 석 달 열흘은 걸릴 테고, 그동안은 빠져죽지 않고 타고 떠있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방과 후.
신중과 호동은 K여고의 정문근처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호동이 얼떨떨해진 표정으로
"야,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물으며 두꺼비 같은 손으로 신중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게?……"

신중도 같은 기분이었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주위가 이해할 수 없게 조용했다. 여학생들이 떼지어 교문에서 쏟아져 나오며 재잘거려야만 할 시간인데 그렇지 않았다. 너무 조용했다. 그렇다고 K여고 전체가 이들 두 명의 돌격 때문에 몽땅 대피하는 소동을 벌인 흔적도 없었다.

학교 건물은 위용을 뽐내듯, 그러면서도 여학교답게 여체를 상징하듯 있던 곳에 있었고 있을 것도 다 있었다. 건축에 문외한들에게는 건물의 어디가 여체의 삼각지대에 해당되는가를 통 짐작할 수 없을 뿐이었다. 띠엄띠엄 한 명씩 여학생들이 교문을 빠져나와 조용히 허리아래를 율동시키며 걸어갈 뿐이다.

한 명이든 열 명이든 여학생들은 무엇 때문에 걸을 때마다 거기가 그렇게 멋지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조물주에게나 물어 볼 일이다. 해마다 봄철이 되면 그 돌아가는 모습이 훨씬 크고 적극적이며 골도 깊다고 하는게 그것 역시 알 수 없는 이치이다.

"뭐가 잘못된 거야, 그렇지?"
"모르겠어."
"이상한 일이군. 우리가 도깨비한테 홀렸나?
확실히 멍청한 녀석들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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