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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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2>
  • 한지윤
  • 승인 2014.11.1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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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교로 진학할 때만 해도 본인의 의사는 털끝만치도 발표하지 못했던 신중이다. 사업에 바쁜 아버지. 지역 방범위원을 시작으로 무슨무슨 직함을 여러 개나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툭 하면 외박이고 걸핏하면 출장이다.

최근에는 출장지가 해외로 확산되어 일주일에 열흘씩은 집을 비웠다. 어머니는 비교적 착실한 편에 속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가끔씩 있었다. 아버지가 없을 때 그런 증세가 가끔 나타났다.

가을에 온 여인처럼 한없이 고독해 보이는가 하면 어느 날 밤 외출에서 돌아올 때는 느닷없이 활기찬 표정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의 모습이 되어 열성적으로 떠들어 대는 것이다.

신중은 평생을 살아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신중에 대한 호동이 본격적인 개인강의가 시작되었다.

"너 잘 들어 둬,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신중은 갑자기 또 어른이 된 듯한 호동의 모습을 통해 자신은 역시 어리다고 느꼈다. 자꾸만 왜소해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말야……"

호동은 잠깐 여유를 둔 다음 다시 계속했다.
"넌 사내야."
"?……"
"사낸 너나 나나 고추를 달고 있지. 앞으로 네 고추가 올바로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잘 닦아 둬야 해, 알았지?"

그 말에 대해 신중은 자꾸 왜소해지고 있다는 느낌에서 도망치듯 일부러 커다랗게 되물었다.
"야, 호동아. 연상의 여인이니 어쩌니 하다가 그건 또 무슨 노처녀 방귀 끼는 소리야?"
"확실히 넌 모르고 있어."
"뭘?"

"그래. 역시 어린애는 할 수 없다니까. 최소한 신방에 들어갔을 때 색시의 저고리 고름 정도는 풀 줄 알아야 돼. 치마나 속옷까지 벗기기엔 아직 어리다고 해도 말야."
"너 서당에 다녔니? 어디서 다 주워들었지, 그런 말? 듣고 보니 갈수록 태산이라니깐."

"그게 아니라 사면이 초가로 느껴질 테지. 안 그래?"
하여튼 좋다. 네 말대로 난 아직 그런 게 사실야. 허지만 어쩌니, 할 수 없지.
"뭐가?

"미워도 다시 한 번은 골동품 된 얘기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도 해묵은 전설이 되었으니 쌈박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너 많이 늘었구나?"

신중이 그런 말들을 너덜거릴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히 호동의 훌륭한 가르침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좋다."

호동이 어떤 결론을 내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그래, 우리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자, 가다가 중지하면 가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는 건 너도 알지?"
"그건 그래. 허지만 어떻게 하자는 거니?"

"오늘이 가면 다시 어김없이 오는 게 내일이다."
"무슨 말이야?"
"우리한테는 오늘이 있듯이 내일도 또 있다, 이거야."
"허지만 걔네들 내일도 일찍 끝날텐데?"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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