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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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3>
  • 한지윤
  • 승인 2014.11.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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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 소설

"고지식하긴, 샌님처럼. 다 방법이 있어."
"어떤?"
"너 말이야, 우리 같은 학생들한테 점심시간이 밥만 죽여주라고 있는 줄 아니?"
그 정도의 말쌈은 신중도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럼 내일 점심시간에?"하고 물으며 대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거야, 점심시간 정도엔 만날 수 있을 거야, 분명히."
"그건 곤란해."
"어째서?"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그 시간에 어디 있니?"
"야,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야. 단 번에 되는 일이 세상에 있는 줄 아니?"
그 정도의 말도 신중은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어서,
"그러니까 내 말은, 내일은 간판의 글씨만 읽어 두자는 거야."하고 호동이 말했을 때는 따봉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얼굴만이라도 우선 봐 두잔 말이지?"
"그건 칼이구나."
"그 다음엔 또?"
"신경 끊어, 모든 일을 이 몸이 알아서 하실 터인즉."
"너만 믿는다."

솔직히 호동에 지지 않도록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신중은 은근히 기대하며 넌지시 말했다. 그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호동은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을 비워 그 속에 미지의 여학생을 들어앉히려는 듯이 심각하고 애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역시 한 가지뿐이겠다. 사춘기가 온 거야."
"그거라면 보자야 이미 지상에서 영원으로다."
"너 아직 모르는구나?"
"내가 뭘?"

"제2의 사춘기라는 게 있어."
"웃기네. 그런 게 있다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수백 번도 오겠다."
"글쎄, 그렇지? 그러고 보니 네 말이 맞겠다. 그런데 왜 기분이 그래? 너 혹시 오늘 시험 죽 쒔니?"
보자가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모르겠어. 넌 어때?"

"나야 알잖니. 항상 기본실력으로 본다는 거."
"좋겠다, 넌."
"뭐가?"
"생전. 고민이라고는 없는 거 같으니 말이야."
"그건 맞아."
"뭐가?"

"까짓 고민 같은 거 뭣 때문에 좋아하며 달고 다니니."
그렇게 고민할 시간에 떡볶이라도 몇 가락 더 잡숫겠다는 보자의 허심탄회한 발언에 수연은 어이없다 못해 부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봤음 나도 좋겠다. 얼마나 좋겠니."
그러던 수연이 다시 눈빛에 어두운 구석을 나타냈다. 그 광경을 본 보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호동이 만큼이나 친구에 대해 항상 걱정하는 보자였던 것이다.

"수연아."
보자는 더욱 진지하게 물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니. 오늘은? 자꾸 그럼 걱정되잖니, 나 까지."
"너 까지?"
"우린 친구잖니."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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