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주문화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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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주문화는 어떠한가?
  • 최봉순<혜전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5.01.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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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에서는 섣달그믐이 되면 집안마다 동동주나 약술을 담가 새 해 아침이 되면 나이가 적은 사람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 순으로 돌려가며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다. 술은 집안마다의 전통과 특색이 있어서 술맛을 자랑하기 위해 가까운 이웃에게 대접하곤 했다. 이 술을 세주(歲酒) 또는 도소주(屠蘇酒)라고 한다.

세주는 ‘경도잡지(京都雜誌) 1700년대 말’에 ‘데우지 않고 마시는데 이는 찬 술을 마심으로써 정신을 맑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도소주에 대한 기록은 ‘견한잡록(遣閑雜錄) 1566~1599’에 ‘새 해 첫날 먹는 도소주는 젊은이가 먼저 마시고 늙은이는 나중에 마신다’ 고 하였고 ‘젊은이는 한 해를 얻으니 먼저 마시고, 늙은이는 세월을 잃으니 뒤에 마신다’ 고 하였다.

도소주는 산초, 방풍, 백출, 밀감피, 육계피 등의 약초를 달여 빚은 술이라 하여 도소라고 하였으며, 새해 첫 날 마시면 사기를 물리친다고 여겼다. 우리 민족은 술을 음식 가운데 가장 귀한 음식으로 알아 왔고, 술을 따르는 그릇도 중요하게 생각하여 특별하게 신경을 썼다. 우리 술의 유래는 고대 제천의식에서 술을 하늘에 바치는 음식으로 활용하여 왔다.

삼국시대 신라 법흥왕 3년에는 거리에서 술주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고구려 안원왕 2년에는 흉년이 들면 양조하는 것을 금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지방 고을에 명하여 술을 배불리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조선시대 태종 원년에는 왕이 스스로 금주하여 백성들에게 금주를 독려하였다.

우리 조상은 음주문화는 개방적인 공간에서 시작하도록 하였다. 집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 자녀들이 시중을 들게 하여 자연스럽게 음주의 법도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어른을 모시고 술을 마시는 예법에는 앉은 채로 어른에게 술을 받는 것은 예에 어긋나므로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고 술을 받아야 한다.

어른이 술잔의 술을 다 마시면 젊은이는 돌아앉거나 상체를 뒤로 돌리고 비로소 잔을 비운다. 어른이 나에게 굳이 권할 때는 입술만 적시는 것으로 예를 갖췄다. 술은 임금에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마시기 때문에 주례는 일찍부터 지켜왔다.

우리 민족은 ‘소학’에서 술에 임하는 예법을 익힘으로써 술로 인한 추태가 없는 나라이다. 우리 조상들의 음주 예절은 ‘향음주례(鄕飮酒禮)’에 잘 나타나 있다. 의복을 단정하게 입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음식을 정결하게 요리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행동이 분명하여 활발하게 걷고 의젓하게 서고 분명하게 말하고 조용히 침묵하는 절도가 있을 것.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할 때마다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말을 할 것. 우리 조상은 술을 귀한 음식으로 여기고 문화로 연결시키는 지혜를 가졌다.

근래의 우리나라 사람의 음주문화는 그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2012년 주류 소비 섭취 실태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3명 중 2명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적정 권장량을 크게 초과하여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삶에서 멋진 문화로 이용되기도 하고, 인격이기도 하다. 연말과 새 해를 맞아 우리의 음주 문화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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