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이 난 쪽은 신중이다.
“호동아.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니?”
“뭘?”
“그 애가 좋으냐구. 아니 벌써 그 앨 찍었냐구, 응?”
“이크!”
호동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늦겠다, 빨리 가자!”
호동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 대답을 뒤로 미룬 채 뛰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신중 역시 냉가슴 앓이를 옷 속에 보관시킨 채 뒤따라 뛰었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수업시간 직전에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들 수 있었다.
수업이 모두 끝났을 때.
신중과 호동에게 똑같이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각자의 전신을 통제하고 있는 사령탑인 두지로부터 비상조치 제1호가 발동된 것이다.
그 포고문은 대략 이러했다.
<상대방의 태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점검, 체크할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애 쪽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최대한의 완벽한 방어벽을 구축하라!>
이와 같은 포고령 제1호가 먼저 내려진 것은 신중 편이다. 호동이 두 여학생 중에 어느 편을 찍었는지 확인도 하기 전에 그는 벌써, “수연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입장이 된 상태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 호동아.”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신중이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가 먼저 신중에게 뭔가 말하려던 호동이다. 거기에 신중이 선수를 친 것이다.
“내가 오늘 빵 살께.”라고 말이다.
“그래?”
“정말야.”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뭐라고?”
신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의 눈을 피하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정말야.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이었어.”
“나한테 빵을 사주려고 생각했단 말이니?”
“그래.”
“안 돼.”
“뭐라고?”
“오늘은 내가 너한테 빵을 사야만 된단 말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 신중은 정말이지 필사적이었다.
“그건 또 왜?”
“이유가 있어.”
호동은 신중이 보다 덜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너 주머니 사정이 어때?”
“걱정 없어.”
“두둑해?”
“네가 먹을 수 있을 만큼은 가지고 있어.”
“좋았어?”
“정말이니?”
“네가 그렇게 까지 나오는데 마다할 내가 아니지. 먹는 거 하면 나 아니냐. 끝내 준다니까. 하여튼 고맙다. 어서 가자.”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