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基本)은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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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基本)은 살아있는가
  • 이성철<나사렛대 교수>
  • 승인 2015.02.16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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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기본이다. 자신과의 약속, 타인(他人)과의 약속, 세상과의 약속 등등…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약속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기본이 되기 때문 일 것이다. 교통신호등을 지켜라.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아라. 부모님께 효도하라. 어른을 공경하라 등등… 굳이 ‘예로부터’라는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그냥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또 들어가며 살아오고 있다.

이렇듯 기본은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 일상을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과연 나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있으며, 질서를 잘 지켰는가. 과연 나는 내 가까운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고 있고, 어른들을 제대로 공경하며 살고 있는가.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내 자신도 그러한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기본이라는 것은 이렇듯 너무 쉽기에 당연하다는 듯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본다.

여기서 문득 머리를 흔드는 의문 한 가지. 과연 우리는 인간의 기본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며, 세상은 그런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한동안을 경제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인성이나 인간의 기본을 중시하는 인문학에 대한 홀대가 완전히 풍토처럼 굳어진 작금에 와서야 비로소 기본적인 인문교육의 중요성을 떠들어대고, 방송마다 인문학 강좌라는 제하(題下)에 매일같이 ‘특강’이라는 프로그램을 경쟁하듯 풀어대고 있다.

과연 인간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인문학, 혹은 인성 교육이라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어떤 순간에만 부각되어져야 하는 그런 학문이며 그런 교육분야인가? 왜 처음부터, 즉 어린 시절 글을 배우기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중요시 했던 것처럼, 가정교육의 중요성이나 기본적인 인성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의 중요성은 간과해 왔던 것일까. 경제발전을 위한 과정,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잘못 인식된 행복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요즘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먹고살기 위한 기술중심 교육은 그 정도가 과부하 상태인 듯하다.

방송에서 마구잡이식으로 떠들어대고 있는 인문학특강이라는 것도 가만히 들어보면 기술중심의 현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과연 그러한 내용들이 어떤 식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질까 궁금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라”, “기본에 충실하라”는 식의 얘기는 이제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에게 더 이상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닐 것이다. 힘들게 책 읽기 대신 영화를 보던지 인터넷을 뒤져보면 알 수 있을 것이고, 기본이나 규칙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다.

‘초심’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처음에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켜야 하고 그 보다 먼저 약속을 하기 전에 과연 내가 이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아주 쉬운 기본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남을 배려할 줄 알게 될 것이고, 모든 일들을 내 자신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러다보면 언제나처럼 신문이나 뉴스에 보기 싫고 듣기 싫은 얘기들이 조금씩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꼭 무슨 일이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기본적인 것을 들먹이며 해결책을 마련한다고 들썩거린다. 처음부터 기본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고, 그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굳이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난 후에 소란스럽지 않아도 될 것이다. 누군가와 약속했다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도 인간의 기본일 것이다. 처음에 약속한대로 ‘증세 없는 복지’가 약속이었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서민들의 자그마한 기쁨이었던 13월의 보너스가 깨어졌다. 뒤늦게 여론을 의식한 보완책을 마련한단다. 그나마 힘없는 서민들의 기호식품이던 담뱃값이 올랐다. 여전히 일하는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내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달라고 믿고 맡긴다.

세상이 또 다시 시끄럽다. 자리가 바뀐단다. 누군가는 자기의 ‘시간’을 알아달라고 글을 썼단다. 떠들썩한 세상을 잠재우려하는 자리가 다시 한 번 ‘초심’을 잊어버리고 기본을 망각한 채 약속을 저버리는 자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본이 살아있는, 그리고 본능처럼 서로의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그래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닌 그런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책꽂이에서 꺼내어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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