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왜?"
"궁금해."
"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렴."
"농담 아냐, 호동아."
"궁금해도 기다려라. 짜라잔 짠! 이틀 후면 토요일이다. 잔말 말고 그 아일 만났을 때 할 얘기나 생각해 두라구, 알았지?"
신중은 입을 다물었다. 행복이 성적순이라면 신중이 단연코 앞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자문제에 관한한 호동이 한테만 매달리고 의지하며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신중이의 불가사의였다.
흐르는 시간처럼 규칙적이고 약속 훌륭히 지키는 존재도 없다. 천재지변이 있어도 그건 영구불멸이다. 마찬가지로 초조하고 진땀나는 이틀이 지나자 어김없이 대망의 토요일이 팡파레를 울리며 나타났다.
한편, 그 이틀 동안 호동은 또 하나의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치밀한 작전이다. 즉 같은 반 아이 중에 누나가 K여고에 다니는 학생이 있었고, 그 아이한테 회를 치듯 얼레발이를 해서 K여고에 대한 예비상식을 갖춘 것이다.
수연이나 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는 얻어낼 수 없었다. 최소한 그 토요일 K여고의 학생들이 몇 시 쯤 학교에서 나오게 된다는 것과 함께 그 학교의 또 다른 일반적인 상식을 몇 가지 갖추고 자신만만하게 임전태세를 갖춘 것이다.
다른 정보도 있었다.
방수연이라는 학생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는데, 강보자에 대한 정보는 얻어냈다. 몸집의 특징으로 미루어 보자가 2학년 3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이번 주 토요일에는 2학년 3반이 다른 애보다 늦게 집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데, 이유는 지난 번 중간고사에서 반 등수가 최하위였기 때문에 모종의 벌칙이 내려지리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만하면 특종감일 뿐더러 오히려 잘된 일이다. 신중이나 호동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수연과 보자가 가급적이면 가장 늦게, 가능하다면 모두 돌아간 끝으로 둘이만 나와 주었으면 싶었다. 그래야 주위의 방해 없이 작전을 개시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호동은 어땠을지 알 수 없는데, 신중은 지난 밤 목욕을 깨끗이 하고 고루까지 청결하게 세탁해두었다. 속옷부터 시작해서 양말을 신는데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밤에 감은 머리를 아침에 다시 감고 거기에 린스까지 곁들였다.
그것 뿐 아니다. 팬티와 런닝셔츠 안 쪽에 어머니가 사용하는 오데코롱인가 뭔가하는 향수를 몇 방울 뿌려서 향기가 은근히 풍겨 나올 수 있도록 난생처음 몸치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추에도 향수를 살짝 바를까하다가 아무래도 유치하다 싶어 생략했다. 그게 겉으로 기어 나올 이유가 없어서였다. 이날 따라 자신의 고추가 의젓해 보이는 신중이다. 한 시간이 육박했다.
그 동안 신중이와 호동이는 한 곳에 죽치며 기다렸다. K여고의 교문을 가장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거기라면 교문을 기어 나오는 개미 한 마리라도 능히 육안으로 식별할 자신이 있었다.
학교 앞 불량배가 판을 쳤고 인신매매 단원을 위시로 빗나간 성욕에 눈먼 자들이 득시글대는 세상이다. 한 때는 자가용 좋아하는 여고생들이 성폭행을 자꾸 당하기도 했었다. 피해자는 주로 고3학생들이다.
대개의 여고에서 1학년은 단발, 2학년은 쫌매는 머리, 3학년은 길게 따도 무방한 두발의 규칙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