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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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1>
  • 한지윤
  • 승인 2015.04.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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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흠칫 놀란 것은 신중이도 마찬가지였다. 도둑질 하다 들킨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연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깜짝 놀라더니 이내 의미있는 미소를 감추는 광경을 보았던 것이다.
무슨 뜻일까.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고등 학생으로 분장한 신분이 들통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수연이 그날 버스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순간에 모든 것은 탄로나고 말게 분명했다.
그때 호동이의 넉살 좋은 입담이 터져나왔다.
"어때요, 우린 다 같은 청춘인데……"
"뭐라고요?"
보자의 거부반응이다. 호동은 개의치 않고 계속했다.
"화끈하게 얘기나 한 번 나눕시다. 그래본 후에 생각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돌아서서 집에 가 발닦고 자는 거죠. 참, 숙제는 해야겠지만."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 보자보다는 수연이 한 수 위였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이미 경계하는 빛이 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는데 입가에 엷은 미소까지 나타나 신중의 가슴을 또 뛰게 만들었다.
그 입술, 그 눈매, 그 콧날, 그 이마, 그 뺨, 그 턱 등이 그를 광란없이 미치게 만들었다.
수연의 표정에 그런 변화가 오자 신중은 미칠 것 같은 상태에서도 훨씬 마음이 놓여갔다.
수연이 지금까지 하고는 전혀 다른 투로 물었다.
"어디로 가자는 거죠?"
대답은 전적으로 뱃심 좋은 호동의 역할이었다. 아직 신중과의 분담은 시기상조였다.
"어디든 좋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하죠."
"?……"
"우리 편에서 장소를 정할 경우 오해나 의심을 받을 수도 있으니 그 쪽에서 장소를 정해요, 우린 어디든 좋으니까."
"우리더러 정하라고요?"
"네."
그 때쯤 보자도 한결 마음이 풀린 모습이다. 혹시나 하는 의심이 말끔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지만 최소한 상대가 불량배는 아니라는 정도 쯤 납득한 게 분명했다.
그네들 둘이 서로 마주보았다. 재빠른 두세 번 정도의 대화가 눈길로 왕래되었다. 호동 역시 신중을 바라보았고 신중은 그 시선이,
(이대로 나가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마음의 말을 담아 호동이한테 보냈다.
이윽고 수연이 한 가지 긍정적인 제안을 했다.
"잠깐 시간 좀 줄 수 있겠죠. 우리끼리 얘기 좀 하게?"
마다할 리 없는 호동이고 또 신중이다.
"좋죠."
수연은 보자의 팔을 잡고 한 쪽으로 비켜 걸어가 멈추었다.
"보자야."
수연은 남학생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게 말했다.
"너 쟤들 누군지 모르겠니?"
"쟤들?"
"그 중에 한 명 쯤 기억할 수 없니?"
"글쎄……"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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