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事實)과 진실(眞實)
상태바
사실(事實)과 진실(眞實)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5.05.01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실(事實) :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진실(眞實) : 거짓이 없는 사실. 영원히 변치 않고 확실하여 신뢰할 수 있음.

우리는 항상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혼돈을 일으키며 어떤 문제를 대하고 있다. 과연 사실은 무엇이며, 진실은 어떤 모습일까를 궁금해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문과 TV를 비롯한 많은 언론매체들이 사실에 의거한 내용들을 쏟아내고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내용을 가지고 수많은 소문과 얘깃거리들이 떠돌게 된다. ‘누가 누구와 사귀는 사이라더라’,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더라’는 식의 소위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사실을 만들기 위해 조작하기도 하고, 진실을 덮기 위해 사실에 대한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실질적인 증거처럼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위증’이라든지 ‘위법’한 상황이 생겨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만큼 『당의정 이론(Sugar Theory)』이 발달하고 잘 이용하고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당의정 이론’이란, 예전부터 쓰이던 것으로, 우리가 먹게 되는 대부분의 약들은 그 맛이 썼던 모양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 약의 겉 부분을 단맛이 나는 물질로 포장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쓴맛을 직접 입안에서 느끼지 않고도 복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소위 ‘당의정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간행동과 상황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말해보자. 그냥 예일 뿐이니 오해는 마시라. 아무개라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는 온갖 못된 짓을 다해가며 세상에 둘도 없을 못된 인간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무개가 갑자기 돈벼락을 맞게 되거나 권좌에 오르게 되고, 못되기만 했던 그 인간이 갑자기 생겨버린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온갖 착한 일, 좋은 일, 칭찬받을 일만 하며 다니고 있다. 이건 현재에 있는 사실이다. 그 인간이 못된 짓만 하며 살아온 것도 사실이고 갑자기 생긴 돈과 권력으로 달콤한 사탕발림을 하며 소위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착해진’ 현재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무개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아무개가 그렇게 살은 것도 가만히 보면 착하니까 그랬지”, “역시 아무개는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야. 그러니까 예전에도 그렇게 했을거야”, “역시 아무개야…” 이렇게 그 아무개는 지나간 과거가 완전히 포장되어 현재에 보여지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보여지고 있는 그 아무개의 모습이 진실일까? 우리가 진실을 보는 지혜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는 우리가 과연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이른바 ‘행간(行間)을 읽어라-Read between the Lines’이다. 행간은 비어있는 공간이다. 비어있는 행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노력과 판단과 세상을 보는 눈을 통해서만 그 비어있는 행간이 제대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채워진 행간은 결국 잘못된 사실을 잘못되게 전달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며, 따라서 사실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 새로운 소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세간이 흉흉한 요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이 흔들리는 일이 연일 뉴스지면을 채웠고, 최근에는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네팔에 대 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었다. 하나하나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렇게 쌓여있는 사실들에 대하여 어떻게 우리는 그 진실을 찾아내고 제대로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무리한 순방 일정으로 인하여 건강이 편치 않다는 소식이다. 이제는 모 방송사에서 말한 것처럼, ‘왜 아프다고 발표했지?’가 세간의 관심이 되는 것 같다. 이면에 또 뭐가 있는가? 궁금하다. 정말 아프니까 아프다고 발표까지 했겠지만, 너무도 많은 표면화된 사실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들이 많이 있다 보니 이제는 대통령이 아프다는 것까지도 믿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어떤 대통령의 말처럼, 대통령도 “정말 해먹기 힘들겠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겉보기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한 진실된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행간에 숨어있는 진실을 보는 지혜를 그 어느 때보다도 힘있게 기르고 올바른 판단력으로 내 자신을 채워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