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지 못한 어머님의 품삯
상태바
갚지 못한 어머님의 품삯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5.06.19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어버이날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2006년도에 106세로 소천하신 어머님은 10여년이 되어도 다시 돌아오시지 않아 큰딸이 사준 카네이션을 어머님 산소에 꽂아드렸다. 분명 어머님은 나를 낳아주신 생명의 은인이시며 김매기 한 품삯으로 학비를 내주셨는데 아직도 갚지 못한 채 내 곁에 계시지 않다. 지금 같으면 용돈이라도 좀 드릴 수 있겠는데……. 그러기에 자식은 봉양하고자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은하, 결성, 홍성노인복지관에서 어머님들과 함께 ‘어머님 은혜’ 노래를 불렀는데 그 분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지셨다. 사실은 어머님의 은혜가 높은 하늘이라,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과연 그 말을 우리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쉽게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자주 부모님 은혜라는 말을 하는데 원래 은혜는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하나라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어머님이라는 말만 들어도 우리의 가슴에 울림이 오는 것은 왜일까! 어머님의 사랑! 그것은 조건 없는 사랑이요 헌신과 봉사로 이룩된 숭고의 진수요 결정체이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부모와 자식 관계는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을 인용한다면 ‘자식의, 자식에 의한, 자식을 위한 부모’라고나 할까! 금년 어버이날에 우연히 12년 전인 2003년에 103세 되신 어머님과 태어난 지 7개월 된 외손자(현재는 체격이 큰 중학교 1학년)를 보면서 동시라고 써 놓은 것이 있어 소개 하고자 한다.

‘아기 2명’.
우리 집에는 두 명의 어린 아기가 있다.
한 명은 7개월 된 갓난아기이고 다른 한 명은 103세 된 할머니 아기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도 아기이고 늙어서 죽을 때도 다시 아기가 된다고 한다.
갓난아기의 젖비린내는 향긋하지만 노인 아기의 몸 냄새에는 얼굴을 찡그린다. 갓난아기는 하루에 몇 번 똥을 싸고 노인 아기도 한 번 똥을 눈다.
갓난아기의 똥에서는 냄새를 못 맡고 노인 아기의 것은 냄새가 지독한가보다.
갓난아기는 우리가 그를 사랑하지만 노인 아기는 그분이 우리를 사랑한다.
갓난아기의 하는 짓은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노인 아기의 하는 일은 귀찮고 미운가보다.
갓난아기는 노인 아기를 보고 잘 웃으니 아기끼리는 동심에서 마음이 잘 통하는가 봐!
우리도 갓난아기였고 언젠가는 노인이 되는데, 갓난아기 때는 생각해도 노인이 될 것은 모르나 봐.
분명!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텐데……!
그래서 우리 인간들은 어리석은 존재인가?

세상사는 수학적인 계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물론 우리 삶에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고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인생을 예술처럼 멋있고 맛있게 살아야 한다. 그것은 돈 이전에 마음의 문제이며 그 길이 우리를 낳아 준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며 가령 돈만으로 계산한다면 나는 어머님의 품삯을 아직도 갚지 못한 빚쟁이 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것이 아직도 갚지 못한 어머님의 품삯을 갚는 길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