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동의 말이었다.
"오해?"
"남자가 아름답고 맘에 드는 여잘 보듬는다고 모두 수상한 짓을 하는 건 아냐, 가벼운 키스 정도라면 또 모르지만."
"키스로!"
신중은 그 자리에서 튀어오를 듯이 놀랐다. 그러나 이내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호동아, 너 대체 무슨 각설이 타령이냐?"
하고 쥐어박았다.
"설명해 줘도 모를 테니까, 무조건 입다물고 내가 하는 그대로만 따라오도록 해."
신중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때 호동이 불쑥 한 가지 의견을 말했다.
"이번에 걔들 만나면 해결해야 될 일이 하나 있어."
"그게 뭔데?"
"우리가 어디 어른이니?"
"뭐라고?"
"거기다 처녀총각, 그렇지, 처녀총각은 맞는 말이다. 어쨌든 이제 겨우 청소년, 그것도 맞는 말인데? 어쨌든 그런 처지에……"
어색하게 네네 하거나 이랬습니다, 저랬습니다 하는 말투를 사용끊자는 것이었다. 신중은 그 말을 정신없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호동의 설명이 갈팡질팡 해댔기 때문이다.
"내 말은."
호동이 부연해서 설명했다.
"그애들 하고 아예 탁 터놓고 지내자아, 이거야."
"반말로 하잔 말이니?"
"이제야 알아 듣는구나. 그게 좋지 않겠니?"
"그 쪽이 우리 보다 선배인데 어떻게 그러니?"
"이런 벽 하고는. 그럼 아예 누님이라고 부르렴. 아니면 눌님이라고 하든가. 그러다 공연히 놀림소리 나올까 겁난다."
"글쎄……"
"결정은 내가 한다. 이번부터 만나면 까놓고 지낼 수 있는 사이로 발전시켜 나가자. 여자애들도 깔게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야. 네 생각도 좋지?"
"잘 될지 모르겠어."
"해 봐야지."
"글쎄?……"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 도전하라, 그리하면 최소한 패배의 쓴잔이라도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제 그만 하자. 들어가서 숙제 못한 거 해야 돼, 대가리 마루바닥에 박지 않으려면."
신중과 달리 호동은 여유가 만만작작했다. 지가복작 쿵짝작 지글복 재글복이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호동이의 그같은 태도 다운 태도로 싸나이로서 용기가 싸내 다운 싸나이가 분명했다.
거기에 비해 신중은 너무나 소심적이었다.
다만 수연을 향해 타오르는 정열은 그게 아니다. 그게 정열이라는 것의 대명사적인 정열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할 수도 있는 정열적인 정열이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수연을 향한 신중의 마음은 호동이 아니고 호, 호, 호동이라 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수연을 놓칠 수 없다는 의욕과 희망이 그의 속에서 초정리 천연사이다 보다도 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