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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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5>
  • 한지윤
  • 승인 2015.08.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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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할 게 있어.”
“뭔데?”
“넌 정말이지 선녀 같애.”
“서언녀?”
살짝 웃는 수연의 눈매와 입술에 신중은 오줌을 쌀 정도였다.
“그래. 정말야. 진심이라구.”
“종이비행기 아냐?”
“천만에.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을 맞을 거야. 분명히!”
“기분은 나쁘지 않네.”
“정말이지 너 같은 여자앨 내가 이렇게 사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정말?”
신중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수연이 넌지시 신중을 바라보며 은근슬쩍 말했다.
“황송한 줄 알아야 해, 넌.”
“!……”
“앞으로 나한테 조금이라도 잘못 보이면 국물도 없어.”
“너한테 국물이 있니?”
“바보 같으니. 사람한테 국물이 어디 있니?”
이 순간 신중은 여자의 부위 가운데 타원형으로 약간 길고 주위에 털이 있고, 그 내부는 항상 젖어있는 데가 있는데, 하고 생각했다. 물론 그 곳은 얼굴에 있는 속눈썹, 즉 털 속의 눈동자이지만.
그런데도 여자인 수연이 자신의 입으로 마치 자신의 몸 어디에 달콤하고 황홀한 국물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아무래도 요상하게 들렸다. 그러나 신중은 그 불건전한 생각에 더 이상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알았어.”
그의 대답이다.
“앞으로 주의해.”
“누가 뭐래니. 네가 죽으라면 칵 죽어버릴게.”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수연은 기분이 더욱 좋아져서 황홀해 하고픈 표정이었다.
“농담 절대로 아냐. 사나이로 태어나 어차피 한 번은 죽는 거, 너 때문에 죽어야 된다면 기꺼이 몸 바칠 수 있어.”
한 번 터진 신중의 말솜씨는 놀라운 진보를 나타냈다.
“더 말할까?”
“뭘?”
“수연이 널 위해서라면 골고다 언덕의 보혈이라도 흘릴 거야. 로마 병정 쯤 하나도 무섭지 않아.”
“너 교회에 다니니?”
“아니.”
“그런데 별거 별거 다 알고 있구나. 혹시 십계명이 뭔지도 아니?”
“쉽게명?”
수연은 신중의 틀린 발음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 그게 뭔지 아니?”
“확실히는 모르겠어. 쉽게 명이라고 하면……그래, 쉽게 명을 끊으면 안된다는 뜻일 거야. 맞지?”
“엉터리!”
“틀렸어?”
“순 엉터리야, 그 대답은. 넌 갈수록 태산이구나.”
“사면초갈 거야.”
“초나라 왕이 누군지 아니?”
“당연히 성냥이지.”
“성냥?”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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