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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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7>
  • 한지윤
  • 승인 2015.08.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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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남자친구가 아직 없다. 그 동안 러브레터라는 미명의 편지나 쪽지를 받은 것은 엄청났다. 옛날의 바퀴 셋달린 용달차로 가득 한 차나 될 정도다. 요즘도 그녀의 어머니가 받아서 휴지통에 쑤셔박는 게 하루에 열통은 될 정도다. 가시돋힌 장미를 향해 목숨걸고 태클할 용감한 녀석들이 세상에 하나도 없기 때문일까?
하여간 수연을 척 보면 와아! 하고 경탄하며 접근을 시도하지만 이내 그 차가움에 이힉! 하고 놀라 줄행랑을 놓곤 하는 실정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꽃은 꽃이어서 나비가 그리울 때가 있는 법. 자꾸 날아들 때는 귀찮고 짜증스럽다가도 막상 한 마리도 날아와 주지 않으면 고독해 지는 것이 꽃의 사랑이다.
사춘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든 세대의 수연은 그래서 가끔씩 고독을 씹을 때가 있었다. 헛된 야망이나 빗나간 욕망이 아닌 진솔한 외로움을 느끼며 혼자 모로 누워 새우처럼 등 굽힌 자세로 두 손을 다리 사이에 끼고 한숨 쉴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괴롭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미인이란 괴로운 인생이고, 자신이 왜 미인으로 태어났는지 아아 괴롭다. 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탄식을 했다. 미인으로 세상에 태어난 게 얼마나 쓸쓸하고 괴롭고 한숨 쉴 일인가를 뼈져리게 느끼는 여자애가 또 있을까 싶은 수연이었다.
착각만은 아니다.
척 보거나 뜯어 보아도 수연은 확실히 미인이다. 아름답고 매력있고 섹시했다. 그녀가 강수연과 동시에 카메라 앞에서 실감나는 베드씬을 벌였다고 가정해 보자. (아직 여고생이지만 방수연은 여자로서 클 거 다 컸고 날 거 다 났으며 그 외에도 갖출 거 다 갖추었으니까.)
수연은 베니스 영화제가 아니고 아카데미, 노벨상에서 연기부문 최고의 다이나마이트, 아니 다이아몬드상을 백개쯤을 휩쓸었을 게 분명했다. 그냥 보아도 황홀한데 실감나는 베드씬이라니 상상만 해도 밤에 자다가 몽정할 정도인 것이다. (이 부분 몽정(夢精)에 대해서 그건 꼭 남자만이 아니고 여자도 해당된다는 엄연한 사실에 착오 없으시길.)
그랬던 차에 혜성처럼 나타난 게 신중이다.
우연히 시내버스 안에서 <임신중> 이라는 희대의 이름으로 예고편을 보낸 뒤에 본영화가 상영, 수연의 생활과 성격패턴을 바꾸며 고스트 버스터즈 용사처럼 다가온 것이다.
수연으로 볼때 그것은 불가사의였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호동과 보자의 현재상황은 어떤 상태에 있을까? (걔네들도 주인공인데 너무 소홀히 다룬 것 같아 구성상의 문제를 스스로 느낀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두 사람은 신중과 수연이 보다 말할 수 없이 친해졌다. 삼신할머니가 어머니 뱃 속에 점지할 때,
“넌 세상에 나가면 네 몸 성숙해졌을 때 쯤 김호동이라는 사내아이를 만나야 된다. 또 넌 그 때쯤 되면 이웃 K여고에 다니는 강보자라는 듬직한 처녀애를 만나게 되리라.”
하고 당부해 준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라면 알 수 있다.
그토록 비등한 남녀가 세상에서 서로 인연을 맺기도 어려운 일일 테니까 말이다.
보자의 몸집이 비대하지만 비계덩어리는 아니다. 보자가 뱃가죽에 공포의 삼겹살을 갖지 않은 것처럼 호동이도 그랬다.
보자한테는 허리통 굵은 게 오히려 어울렸다. 엉덩이가 위대하게 커도 그녀에게만은 기막히게 어울리는 관능미로 보였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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