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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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8>
  • 한지윤
  • 승인 2015.08.2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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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는 아니라 해도, 뚱뚱해도 다리가 날씬해서 짧은 스커트가 어울리는 여자였다. 껌을 씹을 때 소리 안내고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며, 호동을 만난 후 한 번도 다른 남자와 미팅을 하지 않은 여자인 것이다.
자격조건을 쌍방이 그렇게 갖추었기 때문이리라.
즉 호동과 보자의 사이는 신중과 수연의 사이보다 더욱 찰떡 같은 것이었다.
“보자야, 우린 정말 어울리는 한 쌍야.”
“나도 그 생각 했어.”
“정말?”
“너 처럼 날 곱게 봐주다니 믿어지지 않아.”
“됐다!”
“뭐가?”
“너하고 나?”
“되다니? 신랑 각시라도 됐다는 뜻 같구나?”
“아무렴 어때. 왜, 넌 그렇게 되는게 싫니?”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뽀뽀할래?”
“망측하게, 누가 보면……”
“보라지 뭐.”
“안돼, 아직은.”
“그럼 언제?”
“이담에.”
“늙어서?”
“아니. 그 때까진 나도 참을 수 없을 거야.”
“너 지금 참고 있니?”
“모올라이잉!”
“됐다아!”
“또 돼?”
“그래.”
“두 번씩이나?”
“무슨 뜻이지?”
“그런 거 있대, 한 번에 한 번씩만 되는 거……”
“두 번 되면 안된데?”
“좋지만 어렵대. 한 번씩만 돼도 행복하대.”
“넌 두 번을 원하니?”
“어려울 거야.”
“내가 해 주면 되잖니.”
“어머!”
점입가경의 대화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여고생인데다 다 큰 처녀인 보자는 대충 뼈있는 말이지만 호동은 그 내막을 전혀 모르고 있다. 보자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는 충직한 일념에서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전적으로 그것 뿐 다른 뜻은 전무한 호동이임을 재차 강조하는만큼 오해를 푸시도록.)
어쨌든 그들의 대화나 모든 분위기로 미루어 그 사이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신중과 수연이보다 확실히 더욱 가까운 사이였다.
어느덧 처음처럼 네 명이 동시에 만나지도 않았다.
둘이서 만났는데 그 횟수는 단연 호동과 보자가 우위였다. 만나서 이야기 하는 시간도 신중과 수연이보다 더욱 길고 진지했다.
수연은 또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껏 찰떡궁합이던 보자에 대해 어쩐지 약간의 거리감 같은 것을 느꼈다. 호동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시초였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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