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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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0>
  • 한지윤
  • 승인 2015.10.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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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특이한 것은 성도착증 환자가 사내일 경우 여자의 팬티나 브래지어 같은 물건을 주로 훔치는데 같은 여자이면서 다른 여자의 속옷을 주로 훔쳐다 쌓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날 체육시간에 맞추어 수연은 진짜로 생리가 시작되었다. 대개의 여학생들처럼 수연이 역시 생리 시작 하루 전 쯤부터 끝난 하루 후 쯤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연히 우울하여 신경이 곤두섰다. 누군가 곁에 와서 냄새를 맡아보려는 것 같았고, 자신이 생리대차고 있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기분까지 나빠지는 것이다.
초기에는 불결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었다. 자신이 완전한 여성이 되었다는 흐뭇함이나 어떤 만족보다는 불결하게만 느껴졌다. 아기가 기저귀차듯 거기다 뭘 붙이고 있어야 한다는 게 몹시 싫었다. 특히 화장실 돌입 때는 딱 질색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나은 편이란다. 옛날에 이 엄마는 천으로 된 걸 차고 다녀야 했어. 그걸 빨아서 삶고 하자니 얼마나 지겨웠겠니.”
그러던 어머니의 보충설명에도 불구하고 수연은 그 때만 되면 우울증 환자였는데, 점차 나아져 매달 그 때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역시 명랑한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은 물론 그 뒤처리도 능숙하게 했다. 한 때 호기심에서 탐폰인가 하는 삽입식 생리대를 몇 번 사용했으나 그만두었다. 그걸 삽입시킬 때의 기묘한 기분은 그렇다치고, 그게 그냥 깊숙이 빠져 자궁 속까지 들어가는 것 같아 불안해서 걸음도 제대로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야한 호기심을 이용, 거기에 뭔가 삽입시킨다는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한 그 제조업주는 절대로 돈을 벌지 못했을 것이다.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있는 수연이다. 이날 따라 생리 중인 게 그녀 한 명 뿐이었다.
그녀는 책상에 턱을 고인 채 생각에 잠겼다. 자신에 대한 모든 일들을 새삼스럽게 되새기고 반성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윽고 당연하다는 듯이 신중이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문득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걔 가지곤 안돼……”
그녀의 솔직한 잠재의식이 그렇게 튀어나왔다. 수연이 원하는 진짜 남자친구는 신중이 정도가 아니었다. 만났다 헤어진 다음에는 어김없이 동생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짜 수연이 원하는 것은 여자인 자신을 멋지게 리드해 줄 수 있는 남자친구다. 신중은 그게 아니다. 오히려 여자인 그녀 편에서 항상 리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를 바꾸자면.
춘향전의 등장주역 가운데 음탕맞은 변사또는 질색이고, 방정맞은 이방은 메스껍고, 향단이나 좋아하며 엉덩짝 주무르는 방자도 그렇고, 최소한 이몽룡 정도는 되는 남자친구를 수연은 그리워 했다.
자신을 춘향이로, 보자를 향단이로 비유하는 버릇의 수연이다.
처음에는 보자와 호동의 관계를 방자와 향단이 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자를 그냥 호동이한테 맡기거나 줘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수연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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