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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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1>
  • 한지윤
  • 승인 2015.10.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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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신경이 쓰였다.

남은 변사또가 수청들라는 위협 때문에 골치머리를 앓고 있는 판국에 보자만 방자하고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우정어린 위기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대로 계속되다간 정말 보자가 호동이와 화끈한 장면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다. 걔 그러다 정신 없어져 호동이한테 치마 벗어주는 거 아냐, 하는 방정맞고 음탕한 예측까지 할 정도였다.

구체적으로 그 화끈한 일이, 즉 치마를 벗어 주는 일이 어떤 모양새인가는 아직 아니다. 그냥 그들이 계속 가깝게 어울리다 보면 한 덩어리가 되어 버릴 것 같았던 것이다.

본드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고등학교 1학년 때에 그 화끈한 경험을 가진 애들이 상당수나 된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순결도 졸업한 여고생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불행하게 길가다 치한에게 혹은 능글맞은 이웃집 아저씨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홀랑벗기고 아파한 경우에는 동정을 금할 수 없다.

그보다는 화끈한 경험을 자랑삼아 까발리는 여학생도 있는 게 사실이다. 넌 아직 그것도 못해 봤니, 그건 네가 어딘가 모자라기 때문야. 라는데는 팔짝뛰다 기절할 노릇이었다.  거기에도 일부는 일리가 있다.

한창 사춘기 때에 야릇하고 아찔한 호기심에서 짜릿한 공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고생은 세상에 없다는 결론인데, 그 결론에 대해서는 수연이도 거부할 수 없었다. 딱 몇 번인가 수연이도 빠져들다 보니 꿈 속에서 멋진 사내와 발가벗고 뭐뭐 하는 경험을 했다. 깨어났을 때 불결해진 속옷 때문에 기분이 씁쓸하면서도 애들(언제부터인가 다 큰 처녀들까지 겁 없이 써먹는 말인데)말처럼 찍싼 것을 들여다 보고 살펴보며 코에 대고 냄새까지 맡아보았던 경험이 수연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수연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또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전부 알았다. 경험이 아닌 상식으로였다. 주책없는 어른들이 정력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유와 함께 남자의 그 정력이 여자인 자신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정도는 이론적으로 훤히 알고 있는 것이다. 성 개방의 홍수에 밀려 타락의 바다로 내려가기 십상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개방이라는 미명하에 마구 음탕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거기다 월간지, 주간지 등등에서 치부가 다 드러나 보이다 못해 벌거벗은 거나 다름없는 여성모델(그것도 육체의 곡선이 지나치도록 적나라한 서양여자들)의 전신사진을 천연색으로 커다랗게 장식해놓고 남성을 자주하는 세상이다.

성인만화니 뭐니 해서 굴지의 신문사들이 펴내는 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경쟁하듯 앞다투어 음탕한 장면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껴안고 뽀뽀하는 정도면 교육적인 흥미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

뽀뽀 정도는 사람은 손가락 만지가와 같이 다루고 있다. 홀랑벗고 침대든 어디든 닥치는 대로 눕거나 다른 자세로 찍싸는 광경에 중점을 두고 온갖 방법으로 묘사한다. 그런 것들을 대하다 보면 이 세상의 모든 남녀가 음탕한 짓 밖에는 모른다는 결론이 내려질 정도인 것이다.

무허가로 포르노 영화의 복사판 비디오를 암거래 하거나, 그런 영화 못지않게 외국의 포르노 잡지를 복사해서 팔아먹는 업자들, 펼쳐보면 첫 페이지부터 남녀의 성기가 우굴거리고 그것들의 어처구니 없는 결합장면들 일색인 그런 게 판을 칠 수 있다는 자체에 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수연이도 딱 한 번 그런 잡지를 본 일이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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