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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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2>
  • 한지윤
  • 승인 2015.10.20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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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불쑥 나타난 벌거벗은 사내의 정면에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던 그녀였다. 앗차, 이야기가 잘 나갔는데 그만 삼천포로 빠졌다. 어쨌든 수연이는 보자의 절제없는 개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계집애가 그렇게 헤프지 싶어 괘씸도 했다. 보자에 대해 다른 문제에서든 전혀 불만이 없는 수연이다. 요즘들어 호동이와 어울리는 보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다만 비위를 건드리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수연에 대한 신중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언제나 약속된 듯이 신중 편에서 수연에게 비위를 맞추는 아부 형식의 미팅이라고나 할까,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신중이는 수연이를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앞으로 백년동안을 산다고 해도 그녀 같은 미인을 사귈 수 없다고 철썩 같이 믿었다.

가끔씩 문득 수연과 아예 결혼을 약속하고 싶었다. 옛적에 부모들끼리 정혼하던 관습이 현대에는 없는 게 안타깝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꼬셔서 수연의 부모와 사돈을 맺으면 그만인 것이다. 어느덧 수연이 연상의 여자라는 것까지 무시했다. 몇 달 어리다고 남편노릇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냐고 스스로 자문자답 하며 확신을 품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전에 없이 마음씀씀이와 배짱까지 두둑해졌다.

막상 수연이 앞에서는 여전히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에 가깝도록 빌붙는 게 사실이지만 헤어지고 나면 입버릇처럼, “수연이 넌 내꺼야.”하고 중얼거리며 신나게 휘파람을 불어 대는 것이다.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땅 또한 산산조각이 나는 인류의 멸망이 오기 전에는 꼭 수연이를 제 것으로 하려는 결심이다. 떡 줄놈(놈이 아니고 년이겠는데)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셔대며 밤바다 꿈에서 수연이를 끌어안곤 하는 실정이다.

오후.

“보자야.”
하루종일 새침해 있던 수연이었다.
“어엉?”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 하던 보자는 얼른 대답했다.
“너 오늘도 약속했니?”
“무슨 약속?”
“했냐구.”
“그보다 수연아, 너 오늘 기분이 왜 그러니?”
“집어치우고 오늘 나하고 얘기 좀 하자.”
“글쎄 수연아……”
“왜, 싫어?”
“어머나, 왜 나한테 화내?”
“화내는 거 아냐.”
“그럼?”
“기가 막혀서야.”
“에게게, 뭐가?”
“하여튼 이따가 얘기하자.”

보자는 수연이 그러는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아직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물론 수연에게는 나름대로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보자 측에서 우정을 배신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월요일이다. 어제 일요일에는 근래에 와서 드물게 수연과 보자가 만나지 않았다. 화장실에도 꼭 붙어다니며 일요일 역시 예외없이 이번은 수연네 집에서, 다음 번에는 보자네 집에서, 혹은 누구의 집에서 곱빼기로 만나 온 종일 함께 뒹굴던 사이였다.

어제 수연은 보자를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난처한 문제가 생겼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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