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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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3>
  • 한지윤
  • 승인 2015.10.22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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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보니 어김없이 그날이었는데 평소 같으면 외출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유난히 양이 많았기 때문에 찝찝해서 도저히 외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신중과의 약속을 전화로 취소했고 보자에게 전화걸어, “그렇고 그러니까 이번 일요일은 집에서 각자 푹 쉬자. 너도 꼼짝말고 집에 있어야 돼 알았지?”하고 생떼쓰듯 강요했다.

의외로 보자는 선뜻 승낙했다. 친구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도 푹 쉬며 책이나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약속을 보자 편에서 깔아뭉개듯 깨버린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수연의 자존심으로는 보자의 심한 배신으로 느껴졌다. 제까짓 계집애 내가 뭐 아쉬워서 데리고 다니는 줄 아는 모양이지, 하며 진짜로 화를 내고 있는 수연이었다. 수연이 보자를 가장 친한 친구로 사귀어온데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확실히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보자의 풋풋한 마음이었다. 깔끔한 성격의 수연인만큼 그렇게 밉지 않고 약간은 바보스러울 때도 있는 보자를 친구로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특히 자신의 미모를 항상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보자가 마음에 들었다.

그랬던 보자가 덜컥 약속을 어기자 수연이는 배신감을 억누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한편.

보자 역시 수연의 태도가 은근히 못마땅했다. 갑작스레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수연의 태도가 넓은 마음씨의 그녀인데도 한 구석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얼굴 하나 잘 생기고 몸매 하나 잘빠졌다고 다야? 공연히 쫑알거리고 지랄야. 기분나쁘게스리! 하는 불만까지 고개를 쳐들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 편으로는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무엇 때문에 수연이 그렇게 화내는지 근심되었다. 지금껏 그들의 우정학 사전에는 그런 분위기가(주현미의 노랫말은 절대 아님). 보자가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수연이 아무것도 모를 것으로 믿었다. 어제 약속을 깬 것은 전적으로 타의 때문이었지만, 그 사실을 극비에 부쳤던 그녀였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수연은 다른 때와 달리, “너 글루 곧장 가.”하고 뾰족하게 던진 다음 곧장 교실을 빠져나갔다.
보자가 뭐라고 대답하거나 물을 겨를도 주지 않았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바라보았다.
“얘, 강보자.” 한 학생이 말을 걸었다.

“니네들 간밤에 좋지 않았니? 부부쌈이라도 한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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