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을 살아가는 나의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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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을 살아가는 나의 딸에게
  • 윤해경<풀무생협 이사·주민기자>
  • 승인 2015.11.19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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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오래간만에 너에게 엄마의 마음을 실어 글을 띄운다.
대학 1년을 다니고 학자금부담은 물론 대학을 통해 얻을 것을 찾지 못하겠다고 자퇴를 선택, 청년창업을 선택했을 때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 대견하기도 하였단다.
자신의 꿈을 좇아 창업이라는 험난한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 너에게 요즘처럼 미안한 적이 없단다.
요즘 ‘헬조선(지옥의 대한민국)’이라 부르는 사회로 만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단다.
서울로 올라간 너를 생각하며 엄마는 항상 기도한단다. 안전하게 평온히 지낼 수 있기를. 롯데월드 근처도 가지 말고 항상 발아래 씽크홀 조심하고. 이렇게 얘기하다보니 ‘정말 대한민국엔 안전한 곳이 없구나’하고 헛웃음을 웃고 말았단다.
안전하게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사고라도 생기면 그 책임은 모두 개인들에게 돌리는 사회...너희를 이 속에서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대학 진학률 70%를 웃도는 사회에서 학자금 대출로 인하여 4년 동안 평균 2000~50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출발하는 너희 세대들은 3포(결혼, 집, 자녀를 포기한다는 말이다)세대에서 연애, 친구뿐 아니라 꿈도 희망도 포기하는 7포 또는 9포 세대라 일컫는 것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듯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구나.
비정규직 2년이 가혹하다 하니 4년으로 연장하는 법을 만들고, 1000만 명을 웃도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하니 불과 500만도 안되는 정규직을 쉽게 해고하는 정책을 만들어 노동개혁이라고 우겨대는 현재 권력층을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단다.
더구나 성과제 도입이 불가능한 공무원까지도 성과급제를 도입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 보면 자본과 자신들의 이익 외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그런 몰상식한 자들이 정부와 여당이라는 것이 더욱 통탄스럽기만 하는구나!
11월 3일에는 총리라는 자가 뻔뻔한 얼굴로 거짓말하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선언하는 발언을 하더구나. 국민들의 의견과 삶에는 관심도 없고 영구집권이라는 허황한 꿈을 꾸는 부패집단들은 자신들의 무덤을 삽도 아니고 포크레인으로 급하게 파고 있는 형국이다.  엄마 아빠는 87년 6월 항쟁을 지나온 세대로서 독재의 시대에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자부했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순간의 방심에도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을 보며, 민주주의의 완전한 파괴는 물론 노예의 삶을 강요받는 사회!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자들을 보며 우리가 민주주의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흘렸던 피와 땀을 너희들도 흘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프고 안타깝기도 하단다.
그러나 슬프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네가 이 사회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면 매우 자랑스러울 것 같구나.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선 느끼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특히 선거 등 정치현실에 관심을 갖는 것 역시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단다.


불만이 있어도 소리 내지 아니하고 세상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누구도 두려워하거나 관심 갖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했던 것처럼 ‘벽에 대고 욕이라도 해라’는 말을 명심하고 행동하는 것에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지 말아라.


엄마 아빠는 삶이 다할 때까지 민주화된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비록 작은 힘이라도 뭉쳐서 너희 세대뿐 아닌 자손대대의 누릴 행복을 위해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함께 활동하자꾸나.
사랑하는 딸에게 평범한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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