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9>
상태바
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9>
  • 한지윤
  • 승인 2015.11.27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듣고 보니 이상하다, 얘. 그 애들은 벌써 고물이 됐다는 거 아니겠니, 네 말대로라면?"
"어머나!"
수연이도 거기까지 보자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탱탱한 신제품임을 강조하다 보니 신중이와 호동이를 고물로 몰아 붙였던 것이다.
화창한 일요일.
어느덧 늦은 가을이다.
약간은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바람이 나무잎을 흔들고 지나가며 바시락 소리를 냈다.
농자천하지대본인 들판의 곡식을 익히기 위한 따가운 햇볕이 한여름 보다 낮이면 더 따끈따끈 했다. 밀림과 시멘트 뿐인 도시에서는 모든 일인 늦가을의 정취가 거기에 있다.
쌀나무밖에 모르는 도시 사람들은 밤낮 없이 한 탕 염두에 두고 눈에 핏발을 세웠고, 어느날 갑자기 땅 값 올라 돈방석에 앉은 놀부들은 그 돈 쓰기에 혈안이 된 세상이다.
국가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대재벌들은 거기에 호응해서 연구와 발전은 커녕 앞 다투어 초호화 사치품 수입에 혈안이 되었다. 손바닥만한 팬티 한 장에 이십만 원이나 하지 않는가.
"그만 풀어라. 그 입담."
수연이 쪽에서 항복하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보자의 그같은 입심 앞에서 더이상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이 땅에 없을 것이다.
"진작 그러실 일이지."
"그건 그렇고, 너 나하고 그럴 수 있니?"
"무슨……."
"앙큼떨지 마."
"이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무슨 앙큼이니. 내가."
"너 왜 약속 깼지?"
"호도알이니, 깨게? 허긴 사내들 어디엔 호도알과 똑같은 게 두 개 있다고 하더라."
"말머리 돌리지 마. 자꾸 그러면 정말 화낼 테야!"
그게 단순한 위협이 아님을 보자는 금방 알아차렸다. 농담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서서히 정색을 했다.
"좋아. 네가 알고 있는 모양이니까 숨기지 않겠어."
"변명할 말 있니?"
"수연아, 미안해. 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뭐라고?"
"난 너하고의 약속을 죽어도 지키려 했어. 정말야. 내가 거짓말 못하는 거 너도 알지?"
"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못 믿어. 어떻게 믿겠니?"
수연의 눈에도 보자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이 보였다. 불신을 해소시켜 줄수 있을 그런 표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네가 믿지 못하면 어떡하니."
"뭐라고?"
"정말야. 난 외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애가 심각하게……"
"넌 나가지 않으려 했는데 그랬단 말이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상세히 알고 있는 수연이었다. 즉 보자는 호동이의 강요 때문에 약속을 어기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야. 믿어 줘. 하늘에 두고 맹세할 수 있어."
"난 실망했다."
"그래?"
"우린 같은 여자야. 넌 자존심도 없니. 남자가 나오랜다고 약속까지 깨며 쪼르르 달려나가게?"
"미안하다."
"생긴 건 무거운데 생각은 왜그렇게 가볍니?"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