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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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2>
  • 한지윤
  • 승인 2015.12.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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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 소설

어느 틈에 수연이도 그럴 듯한 비유를 들었다. 그런 투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보자의 영향을 톡톡히 받은 게 분명했다. 또한 그녀의 기분이 완전히 평소의 상태로 돌아왔음을 알게 해 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소리 마, 너."
"뭐라고?"
"난 아직 라벨도 떼지 않고 탱탱한 신제품야."
"그건 맞아."
"그런데 어떻게 중고품처럼 고물상에다 내놓겠니."
"여자가 앨 낳은 다음에는 중고품이 되니? 허긴 네 말이 옳아. 우리야 아직 쫀쫀한 신품들이지. 라벨붙인 풀이 아직 마르지도 않고 거기 끈적하게 남아 있으니깐."
거기까지 말하던 보자는 불현 듯이 생각난 표정이 되면서 성급하게 물었다.
"듣고 보니 이상하다, 얘. 그 애들은 벌써 고물이 됐다는 거 아니겠니, 네 말대로라면?"
"어머나!"
수연이도 거기까지 보자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탱탱한 신제품임을 강조하다 보니 신중이와 호동이를 고물로 몰아 붙였던 것이다.
화창한 일요일.
어느덧 늦은 가을이다.
약간은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바람이 나무잎을 흔들고 지나가며 바시락 소리를 냈다.
농자천하지대본인 들판의 곡식을 익히기 위한 따가운 햇볕이 한여름 보다 낮이면 더 따끈따끈 했다. 밀림과 시멘트 뿐인 도시에서는 모든 일인 늦가을의 정취가 거기에 있다.
쌀나무밖에 모르는 도시 사람들은 밤낮 없이 한 탕 염두에 두고 눈에 핏발을 세웠고, 어느날 갑자기 땅 값 올라 돈방석에 앉은 놀부들은 그 돈 쓰기에 혈안이 된 세상이다.
국가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대 재벌들은 거기에 호응해서 연구와 발전은 커녕 앞 다투어 초호화 사치품 수입에 혈안이 되었다. 손바닥만한 팬티 한 장에 이십만원이나 하지 않는가.
 이미 말했지만 하도 같잖아서 다시 한 마디 그걸 입은 여자한테 묻노니, 당신의 팬티 속 것들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뇨? 털도 황금이고 작은 돌기는 다이아몬드이며 또 어떤 곳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터널이더뇨?
 전기밥통 하면 일본 제품이고 청심환 하면 중국본토 것이고 집안에 들여놓을 가구 하면 이태리 제품이라니 한심한 일이다. 이태리산 수백 수천만원짜리 침대 좋아하는 여자는 성도착증 환자가 아닐까? 거기에 누워 있으면 멋진 이탈리안이 다가와 끌어안고 무엇 무엇해 주는 것으로 혹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볼일 끝내고 뭐 안닦은 (안방에서도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쯤 청소년들은 아직 염두에 두거나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지만)것처럼 찜찜한 얘기 더 계속하고프지 않다.
 우리의 주인공 네 사람 어느덧 짝짝이 되어 있는 신중과 수연, 보자와 호동에 대한 본론으로 돌아가는게 최상의 스트레스 해소방 법일 테니 말이다.
 그 일요일 모처에서.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할래?"
 그렇게 제안한 것은 뱃심 좋고 넉살맞은 호동이다.
 이들은 일요일을 맞아 피크닉 중이다. 복잡하고 냄새나며 시끄럽고 음란한 대도시를 떠나 근교의 자연 속에서 노니는 중이다.
 분위기는 현장감에 넘쳤다. 르뽀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르뽀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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