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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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4>
  • 한지윤
  • 승인 2015.12.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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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 소설

"잘해 봐."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도중에 누구한테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신중이가 정말 두 손으로 수연이의 탱탱한 엉덩이를 떡주무르 듯 하면서 업고 뛰게 될지, 호동이 보자의 함지박만한 엉덩이때문에 업고 뛰다 기절할지 아무도 몰랐다.
 왠지 신바람이 나있는 신중은 50미터 쯤 내려왔을 때 넌지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만 내려가자, 호동아."
 "그건 비겁한 짓야."
 "쟤들이 어떻게 알겠니?"
 "절대 안돼."
 "졌다아. 그래, 네 똥 굵다."
 드디어 백 미터 호동에 멈춘 두 녀석과 백 미터 전방의 두로(앞에서 녀석이라고 했으니 마땅이 년이라고 해야 되지만 상스럽고 저속해서 생략하는 고충을 이해해 주기 바람)의 경주가 시작되었다.
 뜻밖에도 보자는 썩 잘 뛰었다.
 어느 정도 갔을 때 지쳐서 할딱이며 멈춘 것은 날씬한 수연이다.
 "빨리 가야해, 수연아."
 "난 못가겠어."
 "벌써 지쳤니?"
 "가슴이 답답해."
 "수연아, 너 혹시 걔한테 업히고 싶어 그러는 거 아냐?"
 "기지배야!"
 "또 애 떨어졌네. 알았어. 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난 모른다.
 "뭐라고?"
 "니네가 저녁만 사면 돼. 이따가 보자."
 수연이 올라가기 시작한 보자의 엉덩판에 대고 소리쳤다.
 "의리없이 그럴래?"
 "의리가 짜장면 사준다든, 그것도 곱배기로?"
 짖궂은 사내처럼 히히 웃은 보자는 이내 거대한 엉덩이를 출렁이며 열심히 올라가고 있었다.
 "기지배 같으니, 그 몸이 무겁지도 않나?"
 "수연은 약오른 얼굴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평지가 아닌 산길인데다 언덕이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같이 가, 보자야!"
 보자는 뒤도 돌아다 보지 않으며 소리쳤다.
 "어서 따라오기나 해!"
 둘 사이에 거리가 점차 멀어졌다. 좁은 산길인데 어느덧 보자의 위대한 히프가 나무 숲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계집애!"
 약올라 투덜거리며 뒤를 돌아보던 수연은 깜짝놀랐다. 신중과 호동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앗차 싶었다. 그와 함께 오기가 생긴 수연이다.
 "흥, 내가 질순 없지!"
 그녀는 이 때부터 필사적으로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이마에, 콧등에, 등에 땀이 솟고 배어났다. 그러나 봉오리 쪽을 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보자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히프를 정상에 얹은 게 아닌가 싶은 수연은 더욱 약이 올랐다.
 그때 문득 앞을 보자 길이 두 갈래였다. 난감했다. 보자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재빨리 살폈다. 그 결과 왼쪽의 길이 약간 편해 보이자 무조건 그 길을 택했다.
 어자피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일 테니까 기왕이면 편한 길을 택하려는 속셈이다. 그러면서 보자는 다른 길로 힘들게 올라가는 중일 거라는 생각에 미소까지 지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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