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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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5>
  • 한지윤
  • 승인 2016.01.0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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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 소설

길 양쪽에 나무가 우거져서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허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편했기 때문에 훨씬 빨리 전진할수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수영선수가 알몸으로 수영하면 훨씬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수영대회가 개인별 비공개로 개최된다면 발가벗을 남녀선수들이 속출할 것이다.
 얼마나 그렇게 올라갔을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왔으면 이미 정상에 도착해야 되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끝없이 굽이치는 길이 보일 뿐이다. 수연은 갑자기 긴장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려 살폈다.
 순간 다시 놀랐다.
 지금껏 그녀는 산이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분명히 훨씬 아래로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자 덜컥 겁이 났다.
 "이걸 어쩌지?"
 수연은 신경질적으로 투덜대며 급히 돌아섰다. 소리쳐 보자를 부를까 했으나 재빨리 단념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담!"
 다시 되돌아갈 생각을 하자 기가 막혔다. 약빠른 고양이가 밤눈이 어둡다던데 지금의 수연이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격이 되고 말았다. 편하게 빨리 가려다 그런 곤경으로 뛰어들고 말았던 것이다.
 길옆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요상한 영화의 제목이 무릎과 무릎 사이였고 그게 크게 유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얘, 무릎과 무릎 사이에 뭐가 있는 줄 아니?"
 손님들이 제법 많은 시내버스 안에서 여고생들이 주고받는 대화였다.
 "그것도 모르니, 넌?"
 질문은 이상하게 들렸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무릎 하면 여자였고, 여자의 무릎 하면 그 사이에 뭐가 있겠는가. 허지만 이 여고생들은 신비의 샘이니 비너스 언덕이니 하는 대답을 뜻하지 않았다.
 한 쪽에 앉아있던 젊은 사내는 그 여학생들을 관심깊게 바라보더니 다시 눈길을 다 큰 처녀의 무릎 쯤에서 더듬어 올라가다 한곳에서 우뚝 멈추고 있다가.
 "무릎과 무릎 사이에는 <과>가 있지 뭐가 있겠니."하는 여학생의 목소리에 그만 실망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 여학생들은 실제로 길가 극장 위에 커다랗게 그러져 걸린 얼굴뜨거운 포스터를 태연하게 바라보며 계속 떠들어댔다.(그 영화를 직접 본 사람들은 절대로 청소년들에게 옮기거나 공부해서 성적올려야 되는 여학생을 끌어들여 실습해 보겠다는 야망을 이 시간부터 버리기 바란다.)
 요즘 여자 아해들의 지적이고 성적인 지식이 그토록 발랑까진 형편이고 보면 아무나 있는 자리에서, 혹은 어떤 장소에서 누가 듣던 상관없이, "얘, 있잖니. 그래서 글쎄 난 찍 싸고 말았지 뭐겠니." 하고 말하며 깔깔대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다.
 싼다는 것 뭐든 대중 앞에서 여자들이 경계하고 부끄러워해야 되는 말이 아닐까. 하물며 힘차게 찌익 싸대는 그 형태가 무엇인지 알기나 알고 함부로 말하는지(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여고생 가운데 상당수가 그 실제를 알고 있거나 혹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정말 무르익은 세상이다.)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뭘 찍 싸니, 하고 물으면 그것도 모르니, 넌? 팬티 갈아입어야지, 하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청소년들 또한 상당수가 오늘의 우리 주위에서 활보하고 있는게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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