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숙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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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노숙자와의 대화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1.2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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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5>

밤늦은 시간에 지구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장님, 지금 길거리에서 방황하시는 노숙자 한 분이 계신데요. 오늘 ‘노숙자쉼터’에서 하룻밤 재워주실 수 없으신지…"라며 부탁을 해왔다. 타 지역에서 온 사람도 아니고 해서 일단 지구대로 갈테니 이쪽으로 보낼 준비를 해주라고 했다. 경찰분으로부터 전후사정을 들은 후에 노숙자를 쉼터로 데리고 왔다. 이불을 펴면서 잠자리를 준비하고는 노숙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나이는 올해 54세가 된 남자분이시며 홍성에 생활한지가 어언 15년이 되어간다고 한다. 자신이 월산리에서 생활하는 지역민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친구가 주머니에 돈만 있으면 술을 마시고 아무곳에서 노숙을 한다는 것이다. 경제생활은 폐지를 수집해 고물상에 팔며 산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척 어렵게 생활을 해왔으니 하룻밤만 재워달라며 애원이다. 딱한 사정을 듣고서 내일 수급자 신청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상담을 하니, 자신은 절대 수급자가 될 수 없다며 확신해 한다. 어떠한 사정 때문에 손을 휘저어 가며 단정을 짓는지 들어보니, 얼마 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술을 얻어먹고는 통장을 낯선 사람에게 빌려줬다고 한다. 그래서 복지과에 통장확인을 해보니 대포통장으로 바뀌면서 7000만원 상당의 현금이 입출고 된 내역이 발견되어 자금문제 때문에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복잡한 사정이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 방이 따뜻하게 데워져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그만 잠을 자라고 했다. 잠에 들은 것을 보고서는 쉼터로 돌아와 지친 몸을 눕히며 나도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기상해서 ‘노숙자쉼터’로 가보니 그 노숙자는 아직 잠에 빠져 있었다. 아침이니 일어나서 준비하고 아침밥 먹으러 가자고 하니, “덕분에 밤에 따뜻하게 잘 잤습니다” 라며 조용한 미소로 꾸벅 인사하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제 갈길을 간다. 추운 길을 떠나는 모습을 보니 먹먹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고 하는데…

오늘 하루도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며 어려운 분들에게 관심과 보살핌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을 되새겨 본다.
<2015년 12월 2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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