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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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49>
  • 한지윤
  • 승인 2017.02.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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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아주 평화로운 일요일이다. 그 조용한 평화는 오후가 되어, 이브닝드레스를 빌려 준 작은 어머니가 그녀의 집으로 오기까지 계속되었다.
“소영아, 어제는 대단했던 모양이지? 신문에 사진이……”
작은어머니는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집안이 온통 찌렁찌렁 울리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소영이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그런 말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미 어머니는 그게 무슨 일인가하며 간섭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나?”아니 모르시고 계셨나봐?”
“아무 것도……”
“그런 줄 알고 내가 여기 신문을 가지고 왔지……”
작은 어머니가 내미는 신문을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깨를 나란히 맞대며 훑어 내려갔다.
“신문에 났어요?”
눈치 챈 소영이는 숨을 삼키면서 물었다.
“그래, 사진 찍힌 기억이 없니?”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기억은 없어요. 상금 받는다는 게 기뻐서 정신이 팔려 있었는 걸요.”
“소영아! 이리와 이것 좀 보아라.”
그것은 H신문의 레저난에 실린 톱기사로써 ‘누더기 족 탄생하다’라는 제하로 소영이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 있었다.
“상당한 미인으로 사진 찍혀 졌는 걸……”
소영이는 스스로 이렇게 중얼거렸는데 어머니의 노한 얼굴 앞이라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를 했다.
“소영이 너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런 사진을 세상에 떳떳하게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어디에 있지? 이렇게 어깨며 무릎 위 허벅지까지도 다 드러내 놓고서”
“엄마, 내 무릎, 실은 서양사람 못지않게 날씬하지?”
소영이는 어머니에게 말대답을 했다.
“돈은 어디에 썼지?”
아버지가 물었다. 아버지는 상금으로 탄 돈의 행방에 대해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소영은 연숙의 사촌언니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이 물들 듯 파랗게 느껴지는 날이다.
“이번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니까 하는 수 없지만 쓸데없는 일에 간섭하고 나서서 남을 도와주어야겠다는 둥 하며 이런 짓 하면 안돼요.”
아버지는 의젓하게 타일렀다.
“왜 그래요?”
“너는 아직 남을 도와 줄만한 힘이 없어요. 남을 구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꽤 거만한 짓이야. 자칫하면 자신이 오히려 상처를 입게 되지.”
“그렇지만요, 연숙이의 사촌언니 그 분도 남을 기쁘게 해 줬어요.
‘오늘 밤은 기뻐서 잠을 못 잘 거야’라고 말했는걸요. 기뻐서 잠을 못 잘 거라고 생각될 만큼 타인을 기쁘게 한 건 난생 처음 있는 일이예요.“
“이 번 일은 우연히 네가 상금을 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라. 앞으로 아버지하고 의논하는 편이 좋을 거다.”
“네에.“
그러나 소영이의 어머니는 신문에 실린 그녀의 사진을 보고 상당한 쇼크를 받은 모양이었다. 딸의 무모함이 이렇게까지 깊어졌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어머니가 집에 동거인으로 데리고 있는 대학생이 신문에 실린 소영이의 별난 사진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 해도 그녀의 어머니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런 여자아이라면 난 며느리 감으로 일등 후보로 생각해요. 누가 뭐래도……”
“그럴까?”
“너무 얌전해 빠져 재미가 없는 여자애보다 저렇게 쾌활한 젊은 여자가 요즘 세상엔 더 좋아요. 오히려 더 훌륭한 사윗감을 고를 수 있는 조건일 텐데……”
“그럴까?”
그리고 며칠이 지나 그녀가 작은 어머니 댁을 방문했을 때 뜻밖에도 그녀는 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보고 반해버렸다는 D대학의 진종일이라는 대학생을 만났다. 그는 도수가 높은 근시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좀체로 잘 웃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는 진짜로 소영에게 반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주 그 살롱에 가시나요?”
“아니, 자주는 아니지만, 언제 가 보신 적이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전 술을 못 마십니다.”
“그럼, 제가 데리고 가 드릴가요?”
“네에? 그런 영광을……”
도수가 높은 안경의 진종일은 소영에게 홀린 듯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작은 어머니의 열렬한 전송을 받으며 집을 나왔다.
<돈>살롱에는 하나, 둘 씩 손님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스위스의 악사들이 입는 것 같은 검은 조끼를 입은 한 사나이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운동은 무슨 운동을 하셨나요?”
누군가 그녀의 곁을 지나가며 고개로 인사를 하자 소영은 안면이 있는 그에게 눈인사를 보내면서 진종일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는 별로 취미가 없어서……”
“얼마 전에 작은 어머님한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저를 색시로 맞았으면 소원하고 계시다구요……”
아코디언 연주가 끝나고 요란한 음악이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자 소영은 진종일의 귀에다 바짝 입을 대고 말했다. 진종일은 도수 높은 근시안경 속에서 눈을 껌벅 거렸다.
“네, 그랬습니다. 전 비교적 얌전한 성격이므로 결혼은 저와 반대의 성격인 여자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계속>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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