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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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2>
  • 한지윤
  • 승인 2017.08.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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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오늘 길에서 오랜만에 뒷집의 부인을 만났지 뭐니. 그런데 성민이라는 애 있잖니. 그 애가 외아들이라 그 부인은 하루 빨리 며느리를 얻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 얼마 전에도 좋은 집 여자가 나섰는데 그 쪽에서도 좋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어 아들에게 권했더니 ‘자가용 사 주면 승낙 하겠어요’ 하더라는 거야. 그 부인은 요새 젊은 녀석들은 색시를 자동차와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숨을 내쉬더라.”
“음……그래요? 그런 얘기라면……”
소영은 젓가락을 멈추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왜 그러냐?”
“그래, 자동차를 사 주겠대요?”
“자동차커녕 꾸지람을 호되게 해 줬댄다.”
“자동차 문제는 그 남자의 한 가지 수단에 지나지 않아요.”
“무슨 수단이지?”
소영은 어머니에게 낮에 있었던 희진이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소영의 판단은 이러했다. 조성민은 부모가 자동차를 사 줄 정도로 마음이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조건을 내세우므로 해서 중매 들어온 여자와의 결혼 문제를 깨버리려고 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오직 그 앙케이트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으므로 다른 여자와의 혼담은 관심 밖의 일이 되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어떻든 요새 젊은 사람들은 괴상한 짓 하기 좋아하고 그 수단 방법도 가지가지 복잡하죠.”
소영이가 말하자 어머니는 잔뜩 언짢은 표정이 되어,
“결코 칭찬할 만한 일은 못되는군.”
하고 잘라 대답했다.
 

삽화·신명환 작가.

그 무렵 소영은 발랄한 여자에게 의례히 따르는 자그마한 수난을 한 가지 겪고 있었다.
경성여자대학 이웃에 있는 기독교 계통의 J대학에 다니는 남학생 한 명이 소영이에게 홀딱 반해 이윽고는 상사병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흔한 사건이 있었다. 반했다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로 남학생은 자기도취의 사랑에 빠지고 말았는데 대개 이런 유형의 남자는 경박한 성격의 소유자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에 입버릇처럼.
“연애란 것도 일종의 매스컴과 같은 거야.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반복해 전달하고 암시하게 되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도 어느 새 사랑을 성취하게 되는 거야.”
라고 공헌하고 다닌 외골수 남학생이었다.
소영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례하게 매스컴식 연애의 상대로 지명된 사실을 알고 징그러운 일이라도 만난 듯이 화가 났다. 이 사실을 알려 준 친구는 희진이였는데, 대강 내막을 알고 난 소영은 한 가지 계략을 은밀히 꾸몄다.
매스컴 녀석은 몇 개월 전부터 남몰래 눈치 채지 않게 소영의 주위를 기회 있을 때마다 맴돌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영은 그와 맞닥뜨리게 되자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나 요새 곤란한 일이 생겼어,”
“아니, 왜? 무슨 일이지?”
그는 한 편으로는 놀라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소영을 바라보았다.
“말해도 믿지 않을 테지만 나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고 있는 중이야.”
그는 다소 표정이 굳어지면서도,
“그것 꽤 괜찮은 프로포즌데……”
하며 그는 애써 태연해 하는 듯 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극비에 속하는 사항이니까.”
소영은 그에게 다짐을 주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족과는 마치 친척처럼 가까이 사귀고 있는 무역상이 있는데, 그 분에게 왕의 조카와 궁합이 잘 맞는 아가씨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야. 그 분은 우리 아버지하고 친한 친구 사이기 때문에 우선 내게 어떠냐고 타진해 오지 않았겠어!”
“하아……!”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해 주겠다고 저편에서 말하고 있지. 신랑은 유럽에서 대학을 나오고 6개국어를 자유자제로 능통하게 구사할 줄 아는 두뇌 좋고 야성적인 미남이라고 하는데 말야.”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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