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박마을’로 유명해졌는데 수익사업 연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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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박마을’로 유명해졌는데 수익사업 연계 고민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8.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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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14>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
원천마을 조롱박축제에 찾아온 관광객들.

별 특색 없이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던 원천마을이 최근 유명해졌다.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에 속하는 자연부락 중 하나로 37가구에 불과한 이 마을은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엄청 떠버렸다. 많지는 않지만 가끔 외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교통도 불편한 오지 마을을 찾아 잠시 사진을 찍고 떠날 정도인데, 바로 그들이 배경으로 삼는 멋진 풍경이 이 마을을 위한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조롱박축제 150명 방문
원천마을이 요즘 새로 얻은 이름은 ‘조롱박마을’로 4년 전 그것을 심으면서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마을로 둔갑했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길이 110m 남짓 되는 조롱박터널이 장관을 연출하면서 졸지에 명소가 돼 버린 것이다. 왕복 2차선 도로가에서 논과 논 사이 긴 수로가 있고, 그 수로를 형성하고 있는 양쪽 방둑에 비닐하우스 뼈대 같은 반원형 쇠파이프를 총총히 박아서 터널이 형성됐는데 그 주변에 심은 조롱박이 한여름에 무성하게 잎을 피우고 조롱박 열매가 총총하게 열린다. 터널 안의 수로는 데크로 덮어 복개천 형식의 길이 되어 시원한 그늘 아래 주저리 주저리 매달린 온갖 형태의 조롱박을 구경하며 걸어가면 더위는 꼼짝없이 물러가고 만다.

원천마을은 2014년 군의 지원을 받아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같은 조롱박 터널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

“7~8년 전부터 특색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하천둑에 감나무를 심었는데 겨울에 동해로 얼어 죽었어요. 매실과 대추, 산수유도 심어 키우다가 5년 전 조롱박을 심어 터널을 만들었더니 잘 살아날 뿐만 아니라 보기도 좋았어요.”

원천마을 이광준 이장의 말이다. 갑자기 마을에 운치있는 풍경과 쉼터가 생기니 마을사람들끼리 그냥 보고 즐기기가 아깝고 허전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철 하루 날을 정해 ‘조롱박마을축제’를 했다. 2014년 ‘제1회 조롱박축제’는 외부 손님이래야 면장과 단위농협 조합장 등 면내 기관장이나 유지들 몇 분 초대하는 정도로 마을부녀회에서 장만한 음식을 같이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소박한 잔치를 했다. 그 후 매년 여름 마을공동체가 함께 모여 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도 지난 8일 하루 ‘제4회 조롱박축제’를 열었는데 무려 150명의 손님들이 마을 찾아왔다.

그 동안 마을주민과 가까운 이웃들이 참여하면서 오순도순 음식을 나눴는데 올해는 최고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며 이광준 이장은 무척 대견해 하면서도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축제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초라한 데다 점점 늘어나는 방문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지금은 음식을 무료로 대접하는 옛날 마을잔치 형식에 불과한데 방문객의 규모가 커지면서 언제까지나 일방적으로 출혈만 하는 행사를 치를 수는 없었다.


 

멀리서 바라본 원천마을 전경. 37가구가 네개의 자연부락으로 흩어져 있다.


■내년에 감자캐기 등 체험행사 계획
축제 당일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하루 평균 2~3명씩 낯선 외지인이 와서 사진만 찍고 떠난다고 했다. “우리 마을에는 조롱박터널과 연계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땅히 없어요. 내년부터는 축제를 하루 하더라도 하루종일 보고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수익창출로 이어지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광준 이장은 5년 전 서울에서 이 마을로 귀농한 이도헌(51) 성우농장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년에는 옥수수를 쪄서 판매도 하고 감자캐기 체험행사도 실시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감자는 초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축제 시기와 맞추기 어려운 것도 문제였다. 그렇다고 축제를 앞당길 수도 없다고 했다. 조롱박이 가장 무성하게 무르익어 아름다운 풍경 연출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가 8월 초이기 때문이다. 이 이장은 감자를 늦게 심어 축제 시기와 맞춰 수확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고추를 따는 것도 가능한데 체험행사로서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당장 수확해서 바로 먹을 수 있거나 쉽게 익혀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체험행사로서는 좋습니다. 내년에는 감자도 노란색, 자색 등 색깔 있는 좀 특이한 감자를 심어 볼 계획입니다.”

2013년 조롱박을 처음 심을 무렵 귀농해 돼지를 치고 있는 이도헌 대표는 지금 50대 초반으로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이에 속한다. 그는 매년 축제 때마다 직접 사육한 돼지를 내놓고 서울에서 최고의 요리장인을 초청해 여러 가지 형태의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어 제공한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는 판매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마을의 소득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했다.


 

마을회관 부지를 제공한 故 송봉룡 어르신 공적비를 주민들이 세웠다.


■단합 잘되고 협동심 강해
마을 입구에 세워진 원천마을회관 앞에는 공적비가 세워져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송봉룡 어르신이 마을회관 건립을 위해 264㎡(80평)의 땅을 기증한데 대해 주민들이 감사의 뜻으로 2001년 8월에 세운 것이었다. 송봉룡 어르신은 앞서 이장을 지낸 송윤호 씨의 선친이다. 원래 매우 어려운 형편이었으나 워낙 부지런해 1만 평이 넘는 땅을 가진 대지주가 되었다고 한다.
“마을 공동으로 제초작업을 해도 80이 넘은 어르신도 빠지지 않고 참여합니다. 원천마을은 부녀회도 열심히 활동합니다. 마을일이나 잔치가 있으면 3일씩 나와서 일합니다.”

이광준 이장은 37가구의 작은 마을이 4개로 나눠져 있음에도 무슨 작업이나 행사를 하든 협동심이 강하고 단합이 잘 된다고 자랑했다.
 

원천마을 이광준 이장.


이광준 원천마을 이장
이광준 원천마을 이장에게는 마을여성들의 음식솜씨가 남다른 것도 자랑거리였다. “면민체육대회를 하면 웬만한 마을들은 이동식 뷔페를 주문 배달해서 밥상을 차리는데 우리 마을은 부녀회가 손수 장만한 음식으로 식사를 제공합니다.”

원천마을은 저탄소 녹색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앞장을 서 일찍 태양광 에너지로 발상전환을 했다. 지금 13가구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나머지 절반 이상의 가구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이 이 이장은 못내 안타깝다. “무허가주택은 지원이 안 돼요. 농촌의 주택이 70%가 무허가인데 허가주택이 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어 어르신들이 잘 안 해요. 쉽게 허가주택을 해주든지 아니면 무허가주택이라도 태양광을 지원해주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사진 왼쪽>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
“이 마을에 들어와서 돼지를 사육한지 5년이 됩니다. 외지인으로서 전혀 연고가 없는 동네에 왔지만 이장님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더욱이 기피하기 쉬운 동물을 사육하러 왔지만 마을 주민들이 이해해 주고 따뜻하게 받아줘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고 이도헌 대표는 회고했다. 그래서 원천마을에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외지 귀농인들이 대여섯 가구가 된다고 했다. “저는 돼지를 방목해서 키웁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묵힌 넓은 밭을 얻어 돼지가 마음껏 운동을 하고 풀을 뜯어먹으며 건강하게 자라도록 합니다. 좁은 우리 안에 가둬 공장식 사육을 한 돼지보다 육질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서울로 비싼 값에 팔려 나갑니다.”

40대 초까지 그는 잘 나가는 금융인이었다. 아시아개발은행을 거쳐 한국투자증권에서 상무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일찌감치 귀농한 그의 모습은 우리 농촌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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