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색 만드는 문화예술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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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색 만드는 문화예술 만들자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7.08.2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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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개인과 개성을 존중하지만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단순과 획일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 유행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업자본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흐름이다. 기업 입장에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살고 유행을 따르면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유행은 동일한 제품을 많이 팔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고, 도시집중은 여러 곳의 판매처를 둘 필요가 없어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대중문화는 이 같은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이용된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선망되는 아이돌 그룹은 상업자본인 기획사에 의해 길러지고 그 영향은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이 참가하는 청소년음악경연대회는 섹시댄스가 주종을 이룬다. 이렇다 보니 당연해야 할 동요가 찬조출연을 하고 그것이 생경한 구경거리가 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국민프로그램이라는 ‘전국노래자랑’에는 90세 사회자와 유치원생이 농담을 하고 매스컴은 신동이라며 오락거리로 만든다. 

대중문화는 어떤 모습이든 간에 공급자인 문화예술 종사자와 소비자인 대중들 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문화예술인들도 직업인이다. 직업은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키우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경제활동이다. 그래서 목숨 명(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명(命)이 없이는 무엇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직업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명보다 자본에 충실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명을 따르면 인생을 얻고, 자본을 따르면 탐욕에 빠진다. 이것은 일반상식이지만 정작 지키기는 어렵다. 이렇다보니 문화예술 종사자들 역시 명보다는 자본을 따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너나들이는 이와 같은 입장에서 홍성과 인접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지역특색을 가지는 문화예술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2009년에 설립된 단체다. 너나들이는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는 문화예술을 만들어내고 명을 따르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 되기를 서원한다. 지난 7년을 돌이켜 보면 열심히는 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뜻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누가(유명인) 오는데?”라고 묻는다. 적어도 지역 문화예술이 자리 잡으려면 지역민들이 지역예술인들을 인정해 줘야 한다. 이것은 공연 때마다 겪는 기획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너나들이 회원들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 달에 두 곳 어르신들이 계시는 요양센터 정기 위문공연을 한다. 최소한의 음향장비를 준비해야 하고 각자의 생업이 있는 분들이 한 달에 두 곳 이상의 복지시설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위 돈이 되는 축제에서 소외되거나 찬조출연을 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지역의 각종 시설과 요양센터 등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내 부모 내 형제들이다. 그분들을 찾아다니며 일 년 내내 공연이라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정작 고마워해야 할 지역민들이 외면하고 지자체에서 소외시키는 현실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봉사활동은 남모르게 하는 것이라지만 지역예술인들은 혼자서 삭혀야 하는 애환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도 없다. 1년에 3번 ‘너나들이 정기공연’에서도 누굴 출연시킬지 고민거리가 되니 말이다.

해결방안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지역의 축제에 일정부분을 지역예술인들에게 할당해야 한다. 큰돈을 들여 만든 멋진 무대에서 지역예술인들이 맘껏 끼를 펼치고 실력함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민들은 지역의 소외된 곳과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지역예술인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예산이 부족한 탓에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프로가 아니라 재미는 덜 하겠지만, 지역예술인들의 노력과 열정에 지지를 보내주고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담아내는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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