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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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2>
  • 한지윤
  • 승인 2017.11.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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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대개 그들은 남자로서 산부인과를 전공한 이유를 성적인 흥미와 관련시킨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곧잘 받아오곤 했었다.
전혀 성적인 것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 될지는 모르지만 한 박사는 그런 질문에 대해 하루쯤 병원 진찰실에 와 있어 보면 그 이유를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한 박사는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의술이 마치 자동차 정비공들의 일과 비슷한 유형의 것이 아닌가 하고 느낄 때가 가끔 있었다.
직업이라는 것은 다양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는 것으로서 가령 소설가의 글 쓰는 일도 벽돌 쌓는 벽돌공의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쓴 어느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콘크리트 공사를 하기 위해 형틀을 짜고 있는 목수를 지켜보고 있던 어느 양복 재단사가 ‘응, 저긴 내가 하고 있는 재단과 꼭 같은데‥‥‥’라고 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첫 번째 들어온 환자는 복도에서 한 박사에게 물었다.
“이 병원에서는 모두 아들만 낳는다죠?”
묻고 있는 여자는 오십대 여자의 며느리였다. 내리 딸만 둘이나 낳아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병원을 바꿔 이 곳으로 온 것이다.
한 박사는 진찰을 시작했다. 임신을 하게 되면 대개는 섹스 관계를 언제 했었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은 의사에게는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이다. 최종 월경의 첫날에서부터 계산해 4주간을 임신 1개월로 계산할 뿐인 것이다.
아침 잠자리에서 깨어나 눈을 뜬 직후 아직 몸을 움직이기 전에 ㅡ라고 하는 까닭은 적어도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가량 계속해서 운동이라든가 음식을 먹는다든가 하는 심한 정신활동 따위를 하지 않은 직후 체온계로 기초체온을 측정해 보면 자기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배란 후에는 체온이 상승해 지는 법이다.
이 경우 그 체온의 차이라는 것은 섭씨온도로 0.55도에서 0.56도가 되고 이러한 체온 상태는 12일에서 16일 가량 계속된 후 하강기로 접어들어 가면서 다시 월경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고온의 기간이 18일 이상 지속되면 임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계만으로는 임신반응을 확실하게 진단할 수는 없다.
확실한 임신반응이 나타나는 시기는 4주를 지난 5주에서 적어도 6주를 지나야 알게 된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을 꼭 낳아야 하겠다는 이 며느리를 진찰한 결과 자궁저는 벌써 배꼽과 치골의 중간까지 와 있었고 태아의 심음도 소형의 마이크를 통해서 규칙적인 잡음처럼 들리고 있었다.  

삽화·신명환 작가


“임신 5개월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번은 아들이라 생각하니 정말 기대가 커요.”
한 박사는 이 말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태아의 성별은 수태의 그 순간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한 박사는 이것을 굳이 간단히 표현한다면 ‘신만이 알고 있는 것‘ 이라고 늘 마음에 새기곤 했었다. 그런데 이런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이 며느리와 같은 신경의 소유자들도 역시 마찬가지 부류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들을 낳으면 자기 자신의 능숙한 기술의 공이고 딸을 낳으면 그건 전적으로 의사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하나를 둔 한 박사보다도 아들을 원하는 데는 더 적극적일 때가 많다.
한 박사는 아들을 원하는 산모의 끈질긴 간청에 못 이겨 아들을 낳는 방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그 방법을 실제로 적용시켜 아들을 낳게 해 준 적이 있었다.
그것은 AIH(배우자 간의 인공수정)를 할 때, 아들이 소원이라고 하는 여자가 남편의 정액을 원심분리법에 의해 분리된 정액을 인공수정 받는 것이었다.
인간의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여자의 난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남자의 정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자 중에서도 조금 작은 염색체를 가진 것이 남성으로 결정짓는 정자이며 X염색체를 지닌 것이 여성으로 결정하게 되는 정자라고 하고 있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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