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도전하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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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 도전하며 배운다
  • 김헌수<홍성군의회 의원>
  • 승인 2017.09.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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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 그 세계를 경험하며 인생을 배우게 된다. 도전은 계획부터 멈출 수 없는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문명과 동떨어진 오지여행은 지난날을 성찰하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일상 속의 안락함에 빠져 있는 자신의 의식 세계를 재무장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떠나기 전 각오는 절대 비교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문화와 종교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자, 늘 마음을 열어놓고 한가롭고 즐겁게 경험하자 결심했다.

이렇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인도 최북단에 위치한 고산도시 히말라야 북쪽 ‘레’로 길을 나섰다. ‘레’는 오지탐험을 하는 이들에게는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한여름에 설산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떴지만 한편으로는 5606m의 고지에서 맞을 고산병의 공포가 밀려왔다. 이러한 약간의 긴장과 떨림도 나에겐 엔돌핀을 자극시키는 절정을 맛보게 했다.

‘레’는 약 900년 전 티베트 인들이 이주, 정착해 라다크라는 왕국을 만들고 외부와 교류 없이 고립된 삶을 살아온 도시이다. 수억 년 전 바다가 융기해 만들어진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자리한 이곳은 간간히 자라는 풀에 의지해 야크와 양을 중심으로 목축을 하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고산병 증세로 어지럼증을 동반한 두통, 호흡 곤란 등 불편이 이어졌지만 여정은 계속됐다. 먼저 ‘레’ 왕궁을 둘러보고 시장도 방문했다. 작은 언덕인 ‘샨티 곰파’에 오르니 먼저 올랐던 왕궁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졌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를 자고 나니 고산병 증세가 한결 나아졌다. 이튿날 1박2일 일정으로 일행 두 명과 함께 ‘누브라벨리’ 코스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4시간 정도 산길을 올라 세계에서 제일 높은 차도 ‘까르뚱나’에 도착해 만년설에 휘감긴 해발 5606m 정상을 밟고 ‘타르초’가 휘날리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니 성취감이 밀려왔다. ‘까루둥’을 지나 다시 4시간을 달려 목적지인 ‘뚜루뚝’ 마을에 도착했다. 험한 길을 달리는 기묘한 운전 솜씨와 형언할 수 없는 풍광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마을에 도착해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작은 언덕에 올라 마을 전체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했다. 구불구불 경계선을 따라 논과 밭들이 그림 같았다. 오밀조밀 집들과 조화를 이룬 작은 시골마을 모습을 보고 옛날 60년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탄성이 저절로 쏟아졌다. 산에 있는 눈이 녹아 만들어진 골짜기 계곡물을 논밭으로 끌어들여 굽이굽이 흐르게 한 지혜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아기자기한 가옥을 짓고 그곳에서 가축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무척 행복하고 평안해 보였지만 밀려드는 관광객이 방해꾼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뚜루뚝’ 마을의 풍경은 연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마을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8시간에 걸친 이동을 통해 ‘레’로 돌아왔다. 한식당 ‘아미고’를 찾아 수일 만에 한국음식을 맛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이곳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 뿌듯했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하루를 쉬고 이번엔 중국과 접경지역인 ‘판공초’로 1박2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며칠간 현지에 적응돼 고산병 증세가 호전됐다. 불편한 차량으로 불편한 길을 6시간 이동하는 일이 어려웠지만 이어지는 절경이 주는 신비로움에 감탄만 연발했을 뿐 힘들 겨를이 없었다. 해발 5000m가 넘는 ‘청라’라고 하는 또 하나의 설산을 넘었다. 황홀한 풍경은 모든 할 말을 잃게 했다.

바다가 융기해 만들어졌다는 지구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호수도 볼 수 있었다. 호수는 사람의 접근 자체를 불허할 것 같은 영험함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지만 그 주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곳은 인도의 유명한 영화 중 ‘세 얼간이’라는 영화의 촬영장소로 인도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호수 옆 ‘매락’ 마을 ‘암치 홈스테이’에 여장을 풀고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을 만나 함께 대화하며 나눈 정담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또 한밤에 산에 올라 별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너무 아름다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튿날 새벽 6시에 잠에서 깨 밖에 나가 아침 풍경을 즐겼다. ‘이런 시간이 또 찾아올까’ 싶은 생각이 드는 멋진 아침 풍경을 체험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낮 시간에도 호수 주변을 관광하고 다시 청라 언덕을 넘어 ‘레’로 돌아왔다. 시내 유적지를 살펴본 뒤 뉴델리로 이동해 ‘후마윤’ 묘지유적과 ‘인디아 게이트’, ‘꾸틉 미나루’ 등을 보고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때 그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시작된 일상. 그러나 충분한 경험과 휴식, 삶에 대한 성찰이 있었기에 결코 힘들지 않았다. 여행은 삶에 참 소중한 의미를 준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나와 다녀온 후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분명 성숙해 있음을 느낀다. 내일을 향한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희망의 의지가 솟아오른다. 너무도 소중한 2017년 인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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