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용 씨, 윷 기증 노후 보람느껴
상태바
윤상용 씨, 윷 기증 노후 보람느껴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8.01.21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통사고 후 취미로 시작 장인의 경지에 올라
윤상용 어르신이 직접 만든 윷과 대나무를 깎아 다듬은 구두칼도 함께 보여줬다.

명절에 가족이나 이웃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로서 윷놀이만한 것도 없다. 윷은 기계로 가공된 상품을 문방구에서 구입할 수도 있지만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들어도 된다. 대충 깎아 만든 윷으로 윷놀이를 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윤상용(83·장곡면 옥계리) 어르신은 손으로 직접 깎아 정성스럽게 윷을 만드는 윷의 장인이다. 참나무를 베어 볼펜 한 자루 길이만큼, 혹은 그보다 좀 더 길게 어른들이 마당에서 던지기에 좋도록 만들기도 한다. 가운데는 뭉툭하게, 좌우 끝을 향해서는 폭을 줄여 날씬하게 다듬는다. 윷가락의 둥그스름한 부분은 X를 하나, 혹은 두세 개씩 표시를 해놓기도 한다. 그것도 무슨 내기를 할 때는 가산점 같은 것을 주는데 재미를 배가시킨다고 한다.

윤 씨는 나무를 직접 베어오고 손으로 가공해서 불에 구워 단단하게 내구성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해낸다. 눈으로 봐도 기계보다 더 잘 가공된 훌륭한 작품인데 손에 쥐면 촉감부터가 부드럽고 매끈하다. 게다가 던지면 서로 부딪히는 소리마저 경쾌하다. 시간만 나면 그는 윷을 만드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업도 아니다. 장곡면 옥계리 마을의 가장 외진 산기슭에 살며 30마지기의 농사를 짓는 대농이다. 농사 외에 가계소득을 얻기 위한 부업으로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공들여 만든 윷은 죄다 이웃에게 나눠준다. 3년 전 그의 작업실에 가득 쌓인 윷을 처분하기 위해 그는 장곡면사무소에 전화했다.

“면사무소에서 직원이 곧장 달려와 다 가져갔어요. 면내 모든 경로당에 나눠주고, 다른 읍·면에도 기증했어요. 저는 술 한 잔 얻어먹지 않았습니다.” 윤 씨가 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부터였다. “제 나이 50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다리를 다쳐 집에 가만히 앉아 지내니 할 일이 없어서 윷을 깎았어요.”

당시 심각한 부상으로 힘겨웠던 그는 윷을 만들면서 고통을 잊었고, 부러진 다리도 회복돼 걸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인의 경지에 오르면서 작품이 쌓이는 대로 기증하면서 주는 즐거움도 맛보며 노후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질 좋은 참나무를 베어와 열심히 윷을 가공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