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수 자랑하는 배산임수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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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수 자랑하는 배산임수의 고장
  • 취재=허성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4.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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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1>

농촌마을 희망스토리-홍북읍 상하리 하산마을
하산마을 중앙에 있는 마을 회관에서는 마침 어른신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강사가 열강하는 목소리가 바깥으로 이따금 들려왔다.

홍북읍 상하리 하산마을은 내포신도시에서 홍성읍으로 들어가는 609번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어 양쪽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데다 용봉산을 배경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용봉산은 제일 높은 봉우리가 해발 381m로 그리 높지 않아도 능선을 따라 암석미지형들이 분포하고 있어서 뛰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 빈절골과 싸라기내의 전설
용봉산은 곳곳에 불교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하산리 마을에도 여러 가지 지명으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도 많아 대표적인 것 중에 ‘빈절골’과 싸라기내‘를 소개한다.

빈절골은 용봉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향해 있는 골짜기로 옛날에 큰 절이 있었다. 어느 날 남루한 행색을 한 도승이 찾아와 하룻밤을 머무르려고 하니 주지가 안하무인격으로 박대를 했다. 그러자 도승이 절을 빠져 나가면서 “산 남쪽으로 내를 돌려내면 절이 부흥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주지가 도승을 극진히 모시려고 했으나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주지는 그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원래 동편으로 가로질렀던 계곡을 현재처럼 남쪽으로 돌려 내를 흐르게 했다. 그랬더니 흥하기는커녕 내에서 용이 나가고 산에서는 봉이 나가서 절이 망했다. 그 후 중들이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는 절에 빈대만 살게 돼 ‘빈대절골’, 또는 ‘빈절골’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싸라기내는 앞서 인용한 이야기 속의 같은 절에 승려가 1000명이 넘어 끼니 때마다 공양할 쌀의 양도 상당했다. 스님들이 쌀을 씻을 때마다 그릇 위로 넘쳐 흐르는 싸라기가 산 아래 개천으로 하얗게 쓸려 내려갔다. 이런 이유로 용봉천은 지금까지 ‘싸라기내’ 혹은 ‘싸래기내‘라고도 불리워지고 있다.

■ 젊은층 많이 들어와
“우리 동네는 주민등록상으로 120가구가 살고 그 중 원주민이 80가구입니다. 용봉산 입구 원룸촌에 외지 유입인구가 많이 들어와 살죠.”

이종광 이장은 하산마을이 내포신도시와 홍성읍 사이에 위치한 데다 용봉산을 뒤에 두고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어서 “뜰 모양새가 이쁘다”고 자랑했다. 외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에 직장이나 사업체를 두고 출퇴근하며 전원생활하기에 좋은 동네라는 것이다.

“하산리는 원래 전통적인 농업·농촌이었으나 지금은 반농·반촌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최근 20년 사이 특작물로 딸기와 토마토를 많이 재배하면서 부농을 이룬 가구가 많습니다. 대신 벼농사는 많이 줄어들었죠.”

외지 유입인구가 많아지면서 젊은 층의 비중도 꽤 높아졌다. 하산마을은 청년회원만 30여 명이나 된다. 귀농인들은 주로 딸기와 토마토를 많이 재배한다. 젊은 귀농인들을 끌어들이는 하산마을의 매력은 또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재학생 100명 규모의 용봉초등학교가 동네 안에 있기 때문이다.

■ 오랜 전통의 민간신앙 산신제
용봉산은 신령한 존재로서 마을사람들에게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다. 산제당은 용봉산 중턱에 있는데 하산마을이 처음 생길 때부터 수천년간 산제가 행해져 온 것으로 보인다. 하산마을은 요즘도 매년 음력 정월 초순에 길일을 택해 산신제를 지낸다.

“올해 정월에도 홍성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성대하게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농사를 기원하고 액운을 떨쳤죠.”

이 이장은 “아무나 제관을 맡기지 않는다”며 마을 뒤 용봉사의 스님에게 가서 택인(擇人)을 맡긴다고 했다. 즉, 마을에서 깨끗하고 생기복덕이 맞는 사람을 선택해주는데 본인이 수락하면 제관을 맡긴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여성 30~40명, 남성 15~20명 정도 되며 주로 겨울철 마을회관에 많이 모인다. 이 이장이 작년 말 선출된 후 어르신들을 위해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늘렸다. 농한기에 어르신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웃음치료, 한글공부 등의 수업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출장을 나온 전문강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를 해 요즘 경로당은 매일 웃음바다다.
 

미/니/인/터/뷰-이종광 이장
전국에서 체험하러 찾아오는 용봉산 온누리딸기농장

이종광 이장 부부는 귀농 4년차로 용봉산 온누리딸기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산마을 이종광 이장은 귀농한지 4년밖에 안 된 전문 농사꾼이다. 초보수준을 이미 벗어난 부농으로 빨리 자리를 잡았다. 용봉산 온누리딸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포신도시에서 홍성읍으로 들어가는 국도변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 95m 길이의 딸기 비닐하우스 4개 동과 별도의 체험장, 게다가 넓은 주차장까지 규모가 엄청나다. 농장이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을 잇는 국도변에 있는데 착안해 딸기체험장까지 만들었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주중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체 꼬마손님들로 붐비고,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많이 방문한다고 했다.

“2014년 수원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중 미래가 불확실해서 귀농했습니다. 2015년부터 딸기를 시작했죠.” 그는 치밀하게 준비했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가능성 있는 작목에 적극 투자했다. 또한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점을 염두에 두고 체험장까지 추가시설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종 주차장을 넓게 확보하고 화장실과 어린이 실내놀이터까지 여유있고 청결하게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놓았다.

“저는 체험농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었죠. 처음에는 비아냥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 1년에 3000명이 방문합니다.” 이 이장은 딸기농으로 일찍 성공하면서 방송도 많이 탔다. 자연히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멀리 화성과 일산에서도 손님들이 온다고 했다. 또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강의 초청도 심심찮게 들어와 요즘 바쁜 몸이 됐다.

“저는 귀농인들에게 처음부터 땅이나 기계를 사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토지와 비닐하우스는 임대하면 됩니다. 처음 1년간 실험해보고 자신감이 생길 때 땅과 집과 기계를 사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땅부터 사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입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은 멘토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그는 가장 훌륭한 멘토가 마을 원주민이라고 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쌓은 노하우가 있으니 겸손하게 다가가 낮은 자세로 배워야 할 것을 강조했다. 외지인들에게 텃세가 있겠지만 원주민이 가진 농사 기술을 인정해주고 친근하게 다가가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이장은 30년 만에 돌아온 고향인데도 텃세를 경험했다고 한다. 하산마을에는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아버지는 96살, 어머니는 91살로 마을에서 최장수 노인입니다. 제가 모시려고 돌아온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무척 좋아하셨죠.” 고교졸업 후 떠났던 고향에 50대가 되어 돌아왔던 그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다가가 배웠다. 그 후 빨리 적응하면서 영농에 성공하자 지금은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3파전으로 치른 이장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다. 

“지금은 아내도 귀농하길 잘 했다며 만족합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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