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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의 아름다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상쾌한 초가을이다. 자전거를 타고 강의를 받으러 오는 분이 있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모습에 흰머리가 살짝 보이는데 잘 어울린다. 자전거에 오르는 폼이 어찌나 멋있는지 말안장에 오르는 것 보다 더 멋져 보인다. 숨 가쁜 세상을 자전거로 이동하는 그 분의 여유로움에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절로 인사를 보낸다. 손과 발을 참 유쾌하게 사용할 수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 분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아울러 우리 몸에서 손과 발이 일생동안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잠깐 손이 하는 일을 한번 살펴보면 당장 아침에 기지개부터 켜기 시작해 일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손으로 커튼을 걷는 동시에 발은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곳으로 본인을 데려다 놓는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지 옮겨 주는 역할을 하는 일등공신이 바로 발이다. 부엌으로 거실로 화단으로 학교로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 거리가 어디가 되었든 원하는 곳이면 생각만큼 자동으로 함께 한다. 움직임 자체가 살아 있음이다.

살아 있음의 상징은 일차적으로 움직임이다.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괴로움은 느껴 본 후에야 그 귀중함을 알 수가 있다. 손과 발을 가볍게 생각했구나 싶은 사건이 내게도 일어났던 적이 있다. 우연히 발목을 삐었는데 인대가 늘어나고 뼈가 잘못된 일이었다. 몸에서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 없지만 발목을 수술하다보니 중요성을 몸소 체험해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한쪽 발 인대 수술이었지만 당장 걷지를 못했다.

걷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산책이었는지 외발쓰기를 해 보니 알 것 같았다. 답답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걷는 것에 대해서 힘들어 하거나 게으르지 않았던 나였기에 평상시 걸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 해본 적도 없다. 봄이면 분홍 구두, 여름이면 샌들, 가을이면 갈색구두, 겨울이면 부츠로 멋 내고 제 멋에 좋아했다. 그렇게 움직임을 좋아하던 내가 한쪽 발만 쓰면서 두 발로 걷고 행동할 수 없던 시간은 손. 발에 대해 잠깐이라도 고마움을 실감하도록 해줬다.

우리 몸에서 가장 고생 많은 기관을 뽑으라면 여러 가지 나오겠지만 ‘발’이란 답도 적지 않게 나올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발 구조는 기본적으로 손과 같으며 골격과 관절은 걸을 때 몸을 지탱하고 균형 잡기에 적합한 구조다. 발은 26개의 작은 뼈로 이뤄져 있으며, 이는 우리 몸의 전체 뼈의 1/4을 차지한다. 발은 총 19개의 근육과 힘줄을 가지고 있다. 발에는 우리 몸 중에서 가장 큰 힘줄인 아킬레스건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알고 있었던 상식도 아프면 다시 읽어 보게 된다.

폭염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면서 걷기에 좋은 날들이다. 파란 하늘에 구름은 하얗고 머리카락을 스치며 귀 밑을 간지럽히는 바람은 스스로를 즐겁게 한다.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뼈와 근육과 힘줄이 나를 걸을 수 있게 해줌에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인간이 한 살 무렵부터 60세까지 걷는 거리는 지구의 4바퀴에 이르는 16만km쯤 된다고 한다. 짧았지만 소강된 시간 속에서 불편함과 답답함을 실감하면서 걷고 만지고 작은 몸짓 하나 고마움과 소중함이 실감됐다. 평상시 아무 생각 없이 당연시 하고 소외 했던 부분에 대해 소중함을 깨닫게 된 계기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심히 나이만큼 동고동락한 세월을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건강하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러한 휴면과 불편의 기간을 겪으면서 아픔은 멍하니 있는 머리를 두드리는 어떤 깨우침의 노크이리라. 높은 힐이 아니어도 낮은 운동화를 신어도 마술처럼 거리를 누비는 기분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늘 잊지 않고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예술처럼 보이는 이 가을에 이렇게 직립보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봄에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건강하고 축복할 일임에 두 손을 모아본다.

유선자 수필가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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