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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복이 심한 나, 조울증인가요?

우리는 흔히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을 일컬어 조울증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관용어구처럼 사용하곤 한다. 기분이 좋아보였다가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울적해하거나 혹은 짜증을 내는 사람, 옆 사람이 바라보기에 각양각색의 감정 상태를 오가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일컬어 조울증 환자인 것만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이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격적으로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 그렇게 비춰질 수 있으며 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다양한 양상의 감정기복이 나타날 수 있다.

의학적 의미의 조울증은 다른 말로 ‘양극성 장애’라고 불리기도 한다. 감정기복이 심한 상태가 곧 의학적 진단으로서의 조울증은 아니며 조울증만의 특별한 의학적 진단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다. 조울증은 기분, 사고, 행동, 기력, 수면 등 다양한 차원에서 특징적인 삽화(Episode)의 형태를 보인다. 여기서 삽화라는 말은 즉 증상이 있는 시기와 증상이 없는 시기가 명확히 구분이 된다는 뜻이다. 나타나는 삽화의 종류는 크게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로 나눌 수가 있다.

먼저 ‘조증 삽화’란 고양된(즐거운) 기분과 함께 자신감이 크게 상승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머리 회전이 빨라지고, 말 수도 빨라지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샘솟는다. 이 시기에는 평소의 나답지 않게 새로운 사업 계획을 구상한다거나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지 않게 명품이나 차를 사는 등 돈을 흥청망청 소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또한 밤에 잠을 2~3시간 밖에 자지 않아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새벽 내내 여러 가지 잡다한 일에 몰두하는 등 평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새벽까지 여러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쉴 새 없이 전화를 하고 문자 메세지를 보내며 과도하게 친근함을 표현하거나 이유 없이 격하게 화를 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조증 삽화의 증상은 개인차가 있으며 전반적인 감정 상태는 매우 즐거워 보이거나 반대로 매우 화가 난 상태, 불안정한 상태 등을 보일 수가 있다. 조증 삽화의 기간은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 내외까지 다양하다.

반대로 ‘우울 삽화’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울증 상태다. 이 시기에는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하며, 매사에 흥미가 없어지고, 때로는 자살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식욕이 부쩍 없어지거나, 반대로 폭식을 하기도 하며, 불면증이 생기거나 반대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우울 삽화는 보통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1년까지 가기도 한다.

이러한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조증 삽화만 여러 차례 나타나기도 하는 등 사람에 따라 증상의 양상은 개인차가 있다. 또한 이러한 삽화들이 종료되면 평상시 기분상태로 몇 개월간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이 환자의 비일관된 모습에 어리둥절함을 느끼기도 한다.

조울증의 유병률은 일반적으로 1~2.5%로 알려져 있으며 연구에 따라서는 3~6.5%까지 보고되기도 한다. 즉 생각보다 조울증의 유병률은 매우 흔하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나와 주변 누군가의 전반적 기분상태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한번쯤 이러한 질환 가능성을 염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동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남동현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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