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는 여전히 펄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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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는 여전히 펄럭이고
  • 범상 스님(오서산 정암사)
  • 승인 2009.08.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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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상 스님(오서산 정암사)

해방은 평등이며 자유이며 행복이다. 왜 평등인가! 어떤 이유로도 서로가 서로를 구속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자유인가! 누구의 간섭 없이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행복인가! 우주를 함께 공유하고 전 인류가 상생하며 더불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방이다.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무지(無知)와 무명(無明)으로부터의 벗어남이다. 무지와 무명은 일체의 괴로움을 만들어내고 모든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이 깨어있으면 선진국이요 무명과 무지에 빠져 있으면 후진국이다. 우리는 후진국 중에서도 최하위의 후진국 국민이다. 이러한 주장에 혹자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교역국임을 내세우며 동의를 거부한다. 여기에 대해 이렇게 되물어 본다. 부잣집 개가 담당주치의와 전문미용사를 두고 치장과 미용에 웬만한 서민들의 생활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고 심지어 유산까지 물려받는다고 해서 사람보다 낫다고 할 수 있냐고 말이다. 

왜 후진국 국민인가! 그것은 크게는 민족에 무지하고 작게는 불과 채 100년도 안 되는 근현대사에 무관심하며 내가 살아가고 자녀가 살아가야 할 사회정의구현을 위한 노력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8월 15일은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이 되었음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방 64주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도 해방되지 않았고 현재는 해방을 요구하지도 않고 있으며 오히려 식민침략을 찬양하고 그것을 출세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무리들이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은 애초부터 침략군으로 들어온 일본과 미국을 비판하기 이전에 우리국민들이 벗어나고 깨어나야 할 무지와 무명이고 필자를 포함한 우리 국민다수가 여기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해방을 쟁취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8․15 해방은 반일공동전선을 구축한 연합군의 승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특수성은 부정 할 수 없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의 승리에 있었다는 미국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입장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일본인 이내가사부로는 전쟁을 일으킨 목적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대륙을 손에 넣는데 있었던 만큼 주력부대인 관동군이 수행했던 󰡐대동아전쟁󰡑의 패배가 미국의 승리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의 중추신경인 관동군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조선민중과 대한독립군 및 중국민중들의 항일무장투쟁과 소련의 전쟁참여는 재평가 받아야 한다. 

이것은 당시 관동군과 미군이 직접 대면했을 경우 전쟁기간 최소 1년 그리고 10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된다는 미국의 판단에 따라 여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련을 전쟁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미국은 조선의 해방에 있어서 전쟁의 승리는 절대적으로 미국에 있음을 내세워 자신들의 계획대로 조선침공을 착실히 진행시킨다. 

여운형은 일본의 패배를 확신하며 1944년 건국동맹을 결성해 이후의 사태를 대비했고 전쟁에서 패하게 된 아베총독은 조선민중들의 폭동으로부터 80만 일본인의 안전과 10만 군대의 해체와 철수 등을 고민하게 된다. 이것을 배경으로 여운형은 8월 15일 아침 엔도 정무총감과의 회담에서 5가지의 조건을 제시하며 행정권인수의사를 밝혔고 총독부는 주저 없이 수락하였다. 지속적인 항일투쟁으로 조직화된 조선민중들은 그날 저녁 곧바로 건국준비위원회를 구성해 17일에는 행정권인수를 위한 부서결정을 완료하고 치안유지권 및 방송국과 각 언론기관 등을 인수 받는 등 전국적으로 145개의 건국준비위원회지부가 결성되어 착실히 국가재건의 기틀을 마련해 나갔다. 그런데 극동점령을 계획하고 있던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얻어낸 정치적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 󰡒모든 작전지역에서의 일본군은 연합군의 항복접수에 협력 할 것과, 해당지역의 승인받지 못한 무장 저항단체에 항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일반명령1호」를 공표하였고 미 해병대는 일본군과 연합하여 반식민지 무장 세력인 모택동의 홍군을 새로운 적으로 하는 전투에 돌입하며 미일 간에 새로운 연합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조선에는 9월 8일 남한 땅에 진주하기 이전 비밀리에 선발대를 보내어 1호 명령을 근거로 일본총독부에 󰡒미군이 진주 할 때 까지 모든 체제를 변경하지 말고 계속해서 유지하되, 정식 항복 할 때 일본 통치기구를 그대로 미군에게 인계하라󰡓고 통고했고 일본은 이것을 받아들여 8월 18일에 여운형에 대한 행정권의 이양을 취소하는 동시에 총독부건물에 게양되었던 태극기를 내리고 다시 일장기가 올렸다. 이후 조선의 독립을 돕겠다고 들어 온 미국은 태극기가 걸려야 할 곳에 성조기를 내걸고 우리국민들을 협박했으며 그 논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살펴보았듯이 과거사에 무관심했고 사회정의를 외면한 대가로 성조기와 일장기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회의 심장부에 그대로 펄럭이고 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반일 반미를 외치기 전에 우리스스로가 역사적 무지에서 해방되어야 만이 주권을 지키는 선진국 국민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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