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법만 고수해 온 농부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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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법만 고수해 온 농부의 고집
  • 이은주 기자
  • 승인 2009.10.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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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무화과 재배하는 전정수 신재옥 부부

가을 햇살에 물든 소녀의 발그레한 볼처럼 무화과가 붉게 익어 간다. 

은하면 대율리에 위치한 1300평의 무화과하우스에서 무화과 수확이 한창인 전정수(66)․신재옥(65)부부를 만났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일이 힘들지만 제가 직접 정성들여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지역민들에게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자체만으로 뿌듯합니다. 제가 먹는다 생각하고 재배한 농산물이 가장 좋은 농산물이니까요." 

지역에서 유일하게 지난 2000년부터 무화과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는 전 씨 부부는 그동안 딸기, 밤호박, 표고버섯, 감자 등을 재배하다 우연히 방문한 지인의 집에서 무화과를 맛본 후 딸기의 대체작물로, 병충해가 덜할 것 같아 본격적으로 재배를 시작했다. 

전 씨의 무화과는 유기농을 인증 받아 생과일과 잼으로 가공해 출하하고 있으며 2006년 친환경농산물품평회에 출품한 무화과 잼이 친환경농업대상 가공부문 최우수상과, 과일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은하면 대율리에서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자란 전 씨는 1300평의 밭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법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유기재배를 하다 보니 다른 농가에서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려 한 번에 해결할 농사일을 예초기를 메고 일일이 풀을 베다보니 남들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 가족과 이웃이 먹는다 생각하면 힘이 들어도 고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일반하우스에서 생기는 해충들이 발생했지만 절대로 약을 쓰지 않고 미생물비닐을 이용해 방제를 하고 있다. 전 씨의 하우스에서 생산된 무화과는 일반 무화과보다 당도가 월등해 한번 먹어본 사람은 매년 주문을 하고 있다. 무화과 수확은 8월부터 11월 중순까지다. 

"그동안 풀무생협을 통해 도시지역에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도시지역 사람들은 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가격에 구입하려 하니 도저히 단가가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바꿔 지역민들에게 질 좋은 무화과를 맛볼 수 있게 하려고 금년 8월부터 축협마트에 출하하고 있습니다." 

아직 고소득을 올릴 수는 없지만 지역민들이 맛을 보고 자주 접하게 되면 품질을 인정받아 소득 면에서도 나아질 거라는 기대다. 무화과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서 체내 독성분 제거와 위장질환, 빈혈, 치질 등에 좋고 소화촉진과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부인 신재옥 씨는 "이렇게 좋은 무화과가 지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 습니다󰡓며 홍보를 하고 싶어도 농촌의 바쁜 일손 탓으로 농사일 외에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한다. 󰡒원래 계획은 올 봄부터 체험학습장을 운영하려고 장소도 구해 놓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내년엔 꼭 체험학습장을 색다르게 준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무화과 수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농사일을 함께 하며 일년 열 두달,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두 부부는 "힘든 농사일에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인생의 동반자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의지하며 살고 있다"며 다시 일손을 붙잡는 부부의 모습이 무화과 빛깔처럼 곱고 깊게 여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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