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우며 시부모와 갈등 해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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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우며 시부모와 갈등 해결했어요
  • 이은주 기자
  • 승인 2009.10.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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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대회 으뜸상 레티축린 씨

563돌 한글날을 맞아 홍성군다문화센터에서는 한글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한국에 온지 만 2년 된 레티축린(23․베트남) 씨는 가을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비록 맞춤법은 중간 중간 틀리고 문장도 어색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써내려가 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았다. 

"한글을 깨우치는 게 새로운 삶을 얻는 듯 기쁘고 행복합니다. 한국어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문법과 쓰기입니다. 한국어는 똑같은 상황에 여러 가지 표현이 있어 표현이 바뀔 때마다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배우는 게 참 재밌습니다."
 
레티축린 씨는 한국으로 시집오기 전 베트남에서의 4개월간 받은 한국어 교육과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다문화센터의 한국어초급교육이 전부라고 한다. 

"놀랐습니다.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아내가 자랑 스럽습니다"며 말하는 남편 이정현(43) 씨는 평소 아내의 한글교육을 위해 손에서 국어사전을 놓치 않는다고 한다. 또한 그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남다르다. 

레티축린 씨는 2007년 10월, 4형제 중 차남인 이정현 씨와 결혼해 시부모를 모시고 장곡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시부모와의 갈등과 사고방식의 차이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레티축린 씨는 힘든 생활 속에 한글을 배움으로써 남편 및 가족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빨리 다문화센터에 보내고 싶었는데 신혼 초, 아내는 부모님의 반대로 다문화센터는 물론 방문지도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인 저하나 믿고 먼 이곳까지 온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씨는 아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분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분가 후 아들 이영준(1)군이 태어나고 시부모를 매일같이 찾아뵙는 등 시부모와의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부모님도 레티축린 씨를 인정하고 이해해주고 있다. 아니 지금은 귀한 손자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첫 만남의 순간에 대해 질문하니 부부는 "아내를 베트남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상태였지만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첫 만남의 남편은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아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항상 배려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남편이 믿음직스럽습니다"며 이구동성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표현했다. 

"한글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우리 아가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좀 크면 평소 꿈이었던 의상 디자이너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 레티축린 씨는 한국말과 글에 친숙한 평범한 한국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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