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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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09.11.0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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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 사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완화의료실장 이경훈, 마취통증의학과장 정일만, 수간호사 배상숙, 간호사 오은희․최보미․장연화․한복순.

한순간이라도 남편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는 아내와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대화를 나누며 순간순간을 캠코더로 촬영하고 있는 두 딸들. 그리고 병상에 있으면서 느끼는 모든 것과 마지막 생애에 대한 소회를 가득 적은 정 씨의 병상일기.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정영식(48․남․가명) 씨는 생을 마감했다. 지난 5월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암 판정을 받고 병의 진행정도가 빨라 항암치료를 중단한 말기암 환자 정 씨는 아내와 대학생 두 딸을 둔 가장이었다. 의학적으로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호스피스병동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26일 오전 7시, 얼굴에 병색이 완연한 채 "고맙다. 행복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의사의 임종선언과 함께 그는 가족 곁을 떠나갔다. 정 씨는 이처럼 가족들과 의료진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다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른바 아름답고 품위있게 죽음(well-dying)을 맞이한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다. 그 죽음이 주변의 가족과 친구 등 자신과 밀접하게 다가오면 절망감과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누구나 두려워하고 절망하는 죽음 앞에 초연한 이들이 있다.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며 환자가 남은 여생을 평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홍성의료원(원장 신덕철)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실장 이경훈)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다. 

홍성의료원은 충남도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호스피스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되어 지난 5월,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을 개설하고 운영 중에 있다. 기자가 호스피스병동에 들어선 순간 어둡고 침울할 거라는 선입견이 무색할 정도로 병동이라는 느낌보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가정같은 분위기였다. 현재 호스피스 병동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뿐만 아니라 성직자, 자원봉사자, 영양사 등 환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일반병동과 다르게 호스피스병동은 치료의 개념이 아니라 말기환자들이 살아있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지금껏 살아왔던 삶들을 후회 없이 정리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전적으로 환자와 가족 중심으로 적극적인 통증관리, 영양상태 유지를 위한 영양수액 공급, 환자의 임종 후 사별가족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있다. 

호스피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한 말기환자들은 가족과 함께 마지막 삶에 대한 준비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하고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음에 또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환자가 받을 상처를 고려해 가족이 마지막 삶에 대해 알리는 것을 망설여 전혀 모른 채 병동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은연 중에 상황을 깨닫고 죽음에 대한 부정과 분노,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어느 순간 자신과 타협하고 힘겹게 죽음에 대해 받아들인다. 

"호스피스는 절대적인 사랑입니다. 저희 호스피스병동의 의료진들은 늘 임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심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기환자들과 사별가족들이 임종 시 전하는 감사함과 따뜻함에 다시 용기를 내고 힘을 얻게 됩니다."

20여년을 한결같이 환자들을 보살펴 온 배상숙(42)수간호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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