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고3 수험생이 되는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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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고3 수험생이 되는 딸에게
  • 현 자(광천여중 교사)
  • 승인 2009.12.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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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자(광천여중 교사)
예쁜 여고 교복을 맞춰 입고 온가족이 즐거워했는데, 그새 내년 수능을 위한 다짐대회를 하게 된 너를 바라보니, 대견한 마음 한편에 안쓰러운 마음도 드는구나. 

며칠 전 네가 여린 마음에 "떨린다"고 했을 때, "뭐가 떨리냐"고 힐책한 거 미안하구나. 그것은 네 기분을 무시한 게 아니고 이제부터 하나하나, 차분하게, 너만의 방법과 역량으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일이기에 좀 더 담대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거란다. 

옛 어른들 말씀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수능을 앞두고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은 오히려 염려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겠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거야.
청소년기는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잖니.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들은 앞으로 네 인생의 기반을 닦는 단단한 저력과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실패야 말로 오히려 살아있는 교훈을 얻게 하여, 반드시 성공의 길잡이가 된단다. 잘해 나가리라 믿지만, 고3 수능준비에 앞서서 엄마는 몇 가지 간곡한 부탁을 하려 한다. 

첫째는, 그 무엇보다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마음이 너무 앞서다 보면 몸이 쉽게 탈진하여 건강을 잃기 쉽단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는 가급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는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 는 신념을 자주 불어넣어 마음을 든든하게 다스리거라. 입맛이 없더라도 세끼 식사를 거르지 말고, 신체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 하지 말고, 자투리 시간과 휴일을 최대로 활용하여라.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스트레칭도 하고, 가끔씩 햇볕을 쬐면서 운동장도 거닐고, 심호흡을 하여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시거라. 고3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생활습관을 바꾸려 하지 말고, 서서히 또 꾸준히, 네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거라. 

둘째로, 너만의 방식으로 공부해 주기 바란다. 성적이 좋은 친구를 목표 삼아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은 좋으나, 지나친 비교로 불안해하거나 낙담하지 말아라. 단순한 성적 비교가 아닌, 너만의 색깔과 장점을 발견해 보렴. 간혹 네가 게을러진다 싶을 때는 앞서 가는 친구를 보면서 분발하고, 힘들고 지칠 때는 너와 비슷한 친구들을 보면서 위로삼거라. 

셋째로, 고3이라는 시간도 네 인생 성장과정의 일부임을 명심하여, 인격도야에 흐트러짐이 없었으면 한다. 친구들에게 풀꽃만한 작은 사랑이라도 베풀거라. 힘든 가운데 베푸는 사랑이야 말로, 넉넉할 때 베푸는 인정보다 몇 배나 더 값지다는 것을 잊지 말고,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 속에 우정을 다지면서, 여고시절 마지막 일 년을 아름답게 채색하기를 바란다. 

넷째로, 너를 위해 불철주야로 헌신하시는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존경하고, 부모와 똑같이 믿고 의지하거라. 꾸지람조차도 네 인생에 보약이 되라고 주시는 것이니, 그 모든 가르침을 달게 받고 순응하여라. 그래서 무사히 수능이 끝나는 날, 실력과 능력만 향상된 게 아니라, 네 품성도 한층 성숙해 있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이제 너도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수능' 이라는 그 힘든 날개짓을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다. 네 곁에서 늘 든든하게 너의 장한 비상을 끝까지 지켜봐 주실 선생님들이 계시고, 네가 힘들 때마다 언제라도 너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고 응원하는, 가족의 박수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렴. 딸아, 한 걸음 한 걸음 당당하고 힘차게 나가기 바란다. 시간이 걸릴지언정 열여덟, 보석 같은 너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단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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