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상태바
아!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4.26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학 교장, 60년 전 타계한 선친 추모하는 문집발간


"오늘부터 쌀 배급이 하루 1인당 2홉 5작씩이 된다. 아침은 죽을 먹었다. 갑자기 식사가 적어져 일을 하고 돌아올 때는 배가 고프고 피로가 더했다. 모두가 식량이 줄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밤에는 특별히 오늘밤만 선생님의 허락을 얻어 과자를 사다가 각실에 2근씩 나눠 줬다. 오늘은 황공하게도 황후폐하의 나신 즐거운 날로 지대절이다." <1942년 3월 6일(금), 故 이기성 선생의 일기 중 발췌>

갈산중·고등학교 이병학 교장이 어린시절(1950년, 이 교장 나이 1살) 타계한 선친을 추모하기 위한 문집을 발간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 교장은 70여년 전부터 일본글로 쓰여진 선친의 일기를 번역해 선친을 추모하고 별세 후 삯바느질, 베짜기, 남의 집 품팔이 등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80평생을 희생해 온 그의 모친을 기리기 위해 <아!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란 책을 발간했다.

이 교장은 "선친에 대해 기억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선친의 진지한 삶의 열정과 이를 증명하는 각종 기록물, 주위 분들을 통해서 들은 수많은 아버지의 행적들은 내가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긍지를 갖게 해줬다"며 "그 긍지는 늘 새로운 힘과 무한한 용기를 갖게 해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헤맬 때 큰 힘이 되었으며 지금도 선친의 사랑은 우리가족 모두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선친에 대해 회상했다.

이 교장은 "선친은 비록 짧은 삶과 교단생활을 하셨지만, 진정으로 제자를 사랑하는 인사(人師), 열사(熱師)로서 최선을 다하셨으며 일본식민치하의 어려운 가운데서도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우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선친의 삶과 선친과 교분이 있으셨던 분들과의 소중한 사연과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따스한 제자사랑, 영원한 스승존경의 내용을 기리고 또한 선친과 자손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부족한 자식을 위해 한 평생을 희생해 오신 어머니의 크신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 교장의 부친 이기성(李起成)선생은 1945년 관립청주사범학교 졸업 후 4년간 홍동초등학교에 근무하다 타계했다. 그의 뜨거운 제자사랑은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80을 바라보는 그의 제자들 가슴 속에 살아 숨 쉬어 1949년 당시 그의 제자였던 주형섭씨(홍동면 운월리 출신 75세)는 2009년 9월 8일 충남도청에서 실시한 <사은의 편지 쓰기대회>에서 '하늘에 계신 스승님을 그리며'라는 제목으로 옛 스승인 이기성 선생의 추모편지글로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이기성 선생의 제자들은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친의 제사일과 스승의 날에 잊지 않고 안부를 묻고 있다. 또한, 이 교장 모친인 이명화 여사는 18세 때인 1946년 이기성 선생과 결혼해 21세 때 남편과 사별 후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 교장을 키웠다.

이명화 여사는 2009년 5월 21일 계룡장학재단(이사장 이인구)으로부터 대전, 충남지역에서 가장 장한 어머니로 선정되어 유림경로효친 대상을 수상, 1000만원의 상금을 수여받은 바 있다. 이 교장이 출간한 <아!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일본식민시대 우리나라 중등학교 학생들의 학교 생활 모습과 70세 이상 된 시골 어머니들의 그 당시의 시대적 생활상을 엿 볼수 있는 귀중한 자료집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교장은 이외에도 1989년 선친 추모집 <스승의 길>과 2004년 모친 문집<심선댕이 등잔불빛의 모정>을 간행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