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가 일깨우는 가르침
상태바
수해가 일깨우는 가르침
  • 김종성(충남도교육감)
  • 승인 2010.08.06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서천과 보령 등 서해안 지역에 한 시간에 300미리가 넘게 비가 내렸다. 그야말로 물폭탄이었다. 대단한 수량이었고 배수될 여유도 없었다. 어린 시절 주위 어른들에게 외경의 대상이었던 '비님'의 큰 울림이었다. 그래서 예부터 치수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 했던가?

곧 학교의 수해 현황이 올라왔다. 교실 침수 피해도 있었고, 옹벽 붕괴도 있었다. 산사태로 인한 토사가 유실된 곳도 있었다.

다음날 수해를 입은 학교 현장으로 달렸다.

처음으로 도착한 학교에는 진입로 근처 울타리 밖 비탈면에 토사가 붕괴되어 있었다. 비가 조금만 더 내렸다면 아래 민가를 덮칠 기세였다. 자연의 힘에 갑자기 몸이 왜소해지는 듯하다. 교육가족 여러분이 나와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스런 것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교직원이 비상근무하며 주민에게 비상상황을 알려주고, 비가 그치자마자 담수된 물을 방류하고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해 안전조치를 취했다는 말씀에 󰡐재난상황에 대한 대응이 교육기관으로써 제대로 조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찾은 곳은 전문계 고등학교였다. 이 학교에는 교사동과 실습동 바닥이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 학교의 지대가 낮고 교실의 높이가 지면과 일치해 피해가 컸다. 교실과 실습실은 물에 잠기어 바닥재 및 실습기자재가 재해를 입었다. 아직도 물이 덮쳐간 자리에는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방학 중이었지만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등교하여 물을 퍼내고 기자재를 높은 곳으로 옮기기에 바빴다고 했다. 침수 모습 사진을 보니 흙탕물 바다가 따로 없었다. 교실동 사이의 물에 잠긴 구역을 보니 거대한 배수로 같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합세하여 물을 퍼내는 사진에는 너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모두가 학교를 내 집처럼 여기는 애교심을 느낄 수 있었다. 수해로 잃은 것보다 오히려 학교를 위하고 교육을 위하여 어려울 때 함께하는 소중함을 얻은 듯하여 뿌듯했다.

교육청에 돌아와 수해를 입었지만 방문하지 못한 학교의 교장선생님들께 위로와 격려의 전화를 드렸다. 보령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선생님들과 함께 억세게 비가 퍼붓는 모습을 보며 새벽 3시까지 학교를 순찰하며 지켰다고 했다. 우리는 매년 재난에 대응하는 훈련시간을 갖는다. 과거 중국의 쓰촨성에서 지진이 났을 때 많은 학교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안전시설과 방재훈련이 잘 되어 있었던 한 학교에서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한다. 다시금 유비무환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