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 물결 위에 붓 글씨를 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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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 물결 위에 붓 글씨를 쓴 기분…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8.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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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인터뷰> 홍주초등학교 정규선 교장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교육을 실현하다보니 흔적조차 남지 않고 그대로 흐른 듯 하다. 41년 6개월 교직생활을 마치며 마치 흐르는 강 물결위에 붓글씨를 쓴 기분이다." 오는 8월 31일자로 정년퇴직하는 홍주초등학교 정규선 교장의 간결한 퇴임소회다.

정규선 교장은 1948년 홍동면 신기리에서 태어나 금당초, 홍성중, 홍성고, 공주교대, 순천향대학원을 졸업하고 1969년 첫 교편을 잡아 홍동초, 덕명초 등에서 30년 6개월간의 교사재직과 은하초등학교 교감으로 4년, 천북, 금마, 홍주초 교장으로 7년, 총 41년 6개월을 봉직해 이번 퇴임식에서 황조근정훈장을 받는다.

학업성적위주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전인교육에 중점을 두고 참교육을 실현해 온 정 교장은 평소 학생들에게 배우기 전에 인간이 되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여기에는 늘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닌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학생이 되라는 교육철학이 담겨있다.

'물이 담기는 용기에 따라 달라지듯 지식 또한 어떤 사람에게 담기느냐에 따라 빛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해서 정 교장 부임 이래 홍주초는 전국소년체전 육상 1,2위와 전국초등학교 양궁대회 2위, 충남수영대회에서 금, 은, 동을 휩쓴 수영 등 전국 수준의 체육 분야와 초등음악경연대회 6개 분야 중에서 4개 분야(리코더, 합창, 가야금, 사물놀이)에서 종합 1위를 이어가는 음악 분야 그리고 6개 종목에서 금상을 받으며 종합 1위라는 성과를 이룬 미술 분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나타냈다. 이런 교육적 역량에 대한 평가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평가에서도 잘 나타나 교육청 주관 2008년과 2009년 학교종합평가 최우수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단을 떠나면서 정 교장은 "교육자의 아집이랄까, 교육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젊은세대는 역사관이나 애국․애향심, 가정에 대한 사랑 등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며 "젊은이들이 모든 사물에 대해 가꾸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논에 나가 풀을 메고 소가 먹을 풀을 한짐씩 베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는 정 교장은 퇴직 후 남은 인생 여유를 갖고 즐기며 살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좀 쉬어가며 30여년 동안 공부해 온 풍수지리와 텃밭의 채소를 가꾸며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정규선 교장이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동안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던 많은 제자들에게 현직을 마무리하며 몇 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지만 창조주의 우대가치는 선에 있기 때문에 선을 지키고 실행하는 자는 반드시 성공하여 보람을 찾고 행복을 누릴 것이며 악을 뿌리는 자는 패망할 것이란 신념으로 진실, 배려, 긍정, 사랑을 실천하기 바란다.

젊어서 공부를 게을리 하는 사람은 미래에 후회하게 될 사람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젊은 나이에 1000권의 책을 독파한 다음 조정에 나가 임금을 잘 보필하였고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1000권 분량의 글을 남겨 후대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으니 역사를 알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공부를 게을리 하여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목표한 바를 성취했을 때의 성취감은 인간의 다섯가지 욕심 중에 가장 큰 욕심을 채우는 것이 될 것이다. 주위에 가까운 곳부터 그 곳의 모든 사물을 중요하게 여겨 가꾸고 모시면 반드시 나 자신의 복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내 나라, 내 강토, 내 가족, 내 친지, 내 이웃, 내 민족의 끈끈한 사랑과 긍지가 없다면 후세를 약속할 수 없는 주인 없는 불행한 나라가 될 것이다. 나라를 잃은 세계인을 보고 타산지석을 삼을 것을 당부한다. 선배들이 이뤄놓은 오늘의 풍요를 100년만 더 유지 발전시킨다면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겠는가? 자만하지 말고 퇴폐하지 말고, 낭비하지 말고, 절제하여 100년의 풍요를 지켜주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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