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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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오디션
  • 전만성(화가, 홍성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10.10.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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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유화. 60cmX50cm, 전만성


어느 케이블 방송국에서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래실력을 공개 심사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가수가 되기를 꿈꾸며 수개월에 걸쳐 예비심사를 받았고 이제는 줄이고 줄여서 몇 사람만이 살아남은, 말 그대로 서바이벌게임이어서 그 긴장과 흥미가 더해가고 있다. 옛날에 있었던 가수 등용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대중음악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에게만 그 결과를 맡기지 않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하여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대중과 인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이며 무엇보다도 아무리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찬사를 받아도 대중의 구미에 맞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종 한 사람이 누구일까를 점칠 수 없으니 더욱 마음을 졸이게 되고 케이블 채널만이 가능한 과감한 사실성 확보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인 것 같다. 내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누구나 를 표방해 놓고 결국에는 젊고 상품성이 있는 사람이 선택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선택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만이라도 출연자의 진정성을 더 많이 알아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때는 가수가 되기를 꿈꾼 적이 있다. 물론 돈을 벌어서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로 더 컸지만 노래를 수단화 했던 것은 아니었다. 노래는 나에게 위로였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었으며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이었다. 돌아보니 내 젊은 날의 고마운 친구였고 지금까지 함께 걸어 온 인생의 길동무였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노래로 내 마음을 드러냈고 노래를 하면 어느새 어두웠던 내 마음이 밝아졌다. 내게 노래는 선택보다 먼저 흘러나오는 내 마음이었고 의식 너머의 또 하나의 세계였다. 그런데도 직업적인 가수가 되지 않은 것은 나의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이제는 하게 되었다. 나의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길에 들어 설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상품성이 없어서 가수로서는 적당하지 않다는, 친구의 냉혹한 지적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것은 나의 미망을 깨우려는 친구의 애정 어린 처방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노래에 대한 꿈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의 무대에 서 보는 꿈. 나만을 위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나의 노래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꿈. 그런데 오랫동안 그 꿈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더 이상 노래를 배우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수 오디션 방송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꿈을 접는 순간 생은 퇴보한다는 것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나는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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