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농기구에 새생명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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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농기구에 새생명을 불어넣는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0.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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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기구 수집가 김종만 씨

농사에 꼭 필요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쓸모가 없어져 한낱 고물취급을 받는 농기구들에 새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여러 사람이 흙을 파서 던지는 데 쓰는 가래. 물을 길을 때 사용했던 펌프, 방아 찧을 때 쓰였던 발동기. 소가 끌었던 우마차 등 농사가 삶의 전부였던 시절 들녘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농기구들이 가득한 홍북면 봉신리 김종만(56) 씨의 창고를 찾아가 봤다.

각종 농기구, 재봉틀, 놋그릇, 민구(예로부터 민중이 일상생활에서 써온 도구나 기구) 등 천 여점에 달하는 수집품들로 그의 창고에는 없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농촌의 옛 향수가 가득 차 있다.

홍북면 노은리 출신인 김종만 씨가 농기구를 수집하게 된 것은 지금부터 10년 전. 우연히 마을 길을 걷다 농기구를 발견하면서 잊혀져가는 옛 향수를 살리기 위해 수집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농촌을 거닐다 우리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농기구들이 태워지거나 하나 둘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며 우리 조상들의 정신 또한 흔적조차 없이 사라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웠다."

농기구나 조상들의 손 때 묻은 옛 물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두말할 것도 없이 달려간다는 김 씨는 "농촌 사람들조차 내다버리는 농기구나 민구들을 수집해 보관하게 되면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듯 한 느낌이 든다"며 "기름 값도 나오지 않는 일이지만 이제는 수집을 하지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또한 단 한번도 그냥 가져온 적이 없다고 한다. 시골 구석에 굴러다니는 농기구라 할 지라도 주인을 찾아 사례를 하고 가져왔다. 완전한 김 씨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는 것.

김 씨는 "수집품 중에는 100~150년 된 물건들도 많다"며 "간혹 주변에서 어떻게 알고 수집가들이 판매하라고 하지만 1억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인다. 이는 소중히 간직해 줄 수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내포축제 전시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판매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내포축제 당시 부보상 회원으로 농기구들을 전시하게 된 김 씨는 90세 노인들이 농기구들을 보며 한번도 본적이 없는 물건이 있다는 말에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학습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머지않아 차근차근 준비해 박물관을 열 계획이라 말한다.

김 씨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로 알리고 체험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학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며 또다시 농기구를 찾아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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