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위력
상태바
공짜의 위력
  • 이상헌(소설가, 연극인)
  • 승인 2010.10.29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짜란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은 물건'을 칭하는 말로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린 공짜를 아주 좋아한다. 이런 공짜와 의미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쓰이는 경우가 또 있다. 곧 개평이다. 이는 노름이나 내기 따위에서 남이 가지게 된 몫에서 조금 얻어 가지는 공것을 말한다. 장기 둘 때나 화투판에서 이편 눈치도 보고, 저편 눈치도 보면서 훈수도 해준다. 이때 어느 편에 치중해 훈수를 두면 개평도 사라진다. 양 쪽의 딱 중간에 서서 욕을 먹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뺨맞기 십상이다.

일을 하지 않고 힘도 들지 않고 물건을 얻을 수 있으니, 공짜나 개평은 참 듣기 좋은 말일 수 있다.

엊그제 기숙사 사감 날, 야간 점호를 마친 나는 목이 말랐다. 엊그제부터 봐 온 알로에 음료수에 눈이 갔다. 물파스와 소화제 등이 놓여 있는 선반에 음료수가 있어 다른 사감 선생님이 준비해 놓은 것 같아 병마개를 틀었다. 병마개는 이미 열려 있어 쉽게 따자, 음료수가 가득 들어 있지 않았다. 조금 먹고 놔둔 것이라 생각하고 입에 댔다. 갑자기 불을 머금은 것같이 입안이 따갑고 역겨운 냄새가 났다. 곧 바로 뱉어버렸다. 입안이 얼얼하고 입술이 불에 덴 것처럼 따갑고 얼얼했다. 물병의 물을 입안에 들어부어 입안을 헹궜다. 계속 헹궈도 냄새는 여전했다. 입안이 따가워 입안에 물을 머금고는 병을 들어 쳐다보니 조그만 글씨로 아세톤이라고 써 있었다. 아뿔싸, 게시판에 매직으로 쓴 글씨를 지우기 위해 과학실에서 언젠가 얻어 놓은 아세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컴퓨터를 켜고 아세톤을 먹었을 때 조치사항이나 아세톤의 효능에 대해서 찾아봤다. 아세톤을 마시면 위에 구멍이 나고 다량 마셨을 때는 생명이 위험하다는 설명을 보곤 아찔한 마음까지 들었다. 입에 넣자마자 뱉어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이므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 방울이라도 넘겼을 가능성 때문에 희석시킨다는 마음으로 물을 두병이나 마셨다. 입안의 냄새도 가셔 마음이 안정되어 담배를 피워 물었다.

경북에서 경찰 생활을 할 때, 우시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회의원 비서라면서 드링크 류의 병마개를 따, 소를 판 사람에게 다가가 마시게 하고는 혼미해진 틈을 타 소 판돈을 갈취해가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모르는 사람이 병마개를 딴 음료수를 줬을 때는 절대로 마시지 말라고 홍보를 했었던 생각이 난다. 그랬던 내가, 내 것이 아닌 음료에 손을 댔다가 큰 일을 당할 뻔 했다. 독극물류는 눈에 잘 보이는, 근접해 있어 손에 댈 수 있는 곳에 놓아둔 잘못도 있다. 독극물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 종이에 매직으로 아세톤이라고 잘 보이도록 쓰고는 풀을 붙여 병에 붙였다.

공짜라고해서 돈을 받으면 손해를 보고 또한 범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각종 선거의 입후보자한테 돈을 받으면 받은 금액의 50배를 물어내야하고 선거사범이 되어 구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짜 잘못 알면 큰 코 다친다. '공짜라면 당나귀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은 옛말일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