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은퇴후‘엘리트마라톤선진국’에서공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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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은퇴후‘엘리트마라톤선진국’에서공부하겠다”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7.11.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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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봉주

싸늘함이 느껴지며 한껏 습기를 머금은 대기가 조금씩 햇살을 맞이하기 시작하던 아침 6시께 이봉주(37·삼성전자)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일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오전 조깅을 하기 위해서였다.

쌀쌀한 한기가 살을 애이며 피부로 스미는 차가운 공기를 한 몸 가득 받으며 가볍게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그를 향해 “날씨가 몹시 추운데도 매일아침 운동을 하느냐?” 는 질문에  “이 정도는 추운 것도 아니다”며 “오히려 마라톤을 하기에는 시원해서 좋다”고 이 선수는 답했다.

매일 오전과 오후 40여km를 달리고 있는 이 선수는 훈련을 마친 후 복근훈련 등 가벼운 웨이트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고 인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며‘얼짱 아들’로 유명해진 큰아들 우석이, 둘째 승진이와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엄청나게 많이 ‘걷는 것’을 제외하면 그의 하루는 우리네 평범한 30대 가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할 것인가
내년 8월 24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공식 마라토너로서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올림픽의 꽃’인 남자 마라톤 경기를 치르게 되는 내년 8월 24일이 12년간의 마라톤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 될 것이다. 이날 스타트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 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은
삼성전자 육상단은 베이징 올림픽의 정확히 1년 전인 지난 8월 24일 올림픽이 치러질 예정인 올림픽마라톤풀코스 맵에서 현지 시간 오전 7시 30분에 스타트 지점을 출발, 42.195km의 풀코스를 뛰어봤다. 이는 삼성전자의 건의를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수렴하여 허가를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베이징마라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직접 뛰지는 않았지만 소속사인 삼성전자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이미 수차례 대회를 참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치러질 올림픽코스는 베이징마라톤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세팅되었다.
따라서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올림픽마라톤 풀코스 맵을 삼성전자 육상단이 비밀리에 확보하여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그동안의 성적은
12년 동안의 마라토너로서의 올림픽 성적을 본다면 38번의 풀코스를 비롯해 총 52회의 국내외 경기를 치렀다. 그중 지난 3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2007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2002년 10월 14일‘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2001년 ‘제105회 보스턴 마라톤대회’ 등 총 13회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반면 올림픽에서 만큼은 예외였다. 남자 마라톤 역사상 1~2위 최소격차(3초)로 은메달에 그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절정의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레이스 도중 넘어는 실수로 인해 24위에 그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4위에 머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등으로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연속 4번째 올림픽 도전이자 마라토너로서의 마지막 평가인 많큼 나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과 두 차례의 한국 신기록 갱신, 아시안게임 2연패 등 올림픽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는 항상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 제105회 보스톤 마라톤 대회 우승 사진

‘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은 신이 점지 한다’는 말이 육상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어려운 것이 올림픽 마라톤이다. 올림픽 월계관으로 마라톤 인생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다. 그래서 베이징 올림픽에 최대한의 만전을 대비하고 있다.

올림픽 마라톤 사상 나이 마흔이 다 돼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 이번에는 기필코 마지막을 금으로 장식하도록 할 것이다.

◆가정사와 자녀에 대한 욕심은 
12년간  대한민국 마라토너로 생활하고 있지만 결혼에서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평소 가정생활에 있어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모범답안이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예뻐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시간 흐르는 줄 모른다. 아내(김미순 씨)와 딸을 하나 더 갖고 싶어 셋째 아이를 의논 중에 있다.
40을 바라본 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이들이 좋고 내가 마라톤을 할 때에도 아이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여름휴가 때에는 결혼 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나나 아내 모두 돈을 헛되게 쓰지 않는 타입이 가능한 경비를 줄여 총 200만 원이 조금 넘는 선에서 빅 이벤트를 해결했다.

마라톤 운동의 특성상 워낙 합숙훈련이 많아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내년까지 지옥의 훈련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큰마음 먹고 다녀왔다.
지난 번 동아마라톤 때는 가족들이 코스를 따라다니며 응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이처럼 가족들은 내가 뛰는 데에 있어 항상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일정은
몇 일 휴식 후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지옥의 동계훈련에 착수한다. 이후 2008년 봄 베이징 프레올림픽 마라톤대회나, 런던 로테르담과 같은 A급 대회에서 37번째 완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이 될 베이징 올림픽에 생애 40번째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다.

한때 기록으로 출전 수당을 받는 세계 마라톤 계에서 이봉주 선수는 최고 15만 달러까지 받았으나 아테네올림픽 이후 거의 제로 상태까지 떨어졌다. 그 후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쾌거(2007년 상반기 세계 11위) 이후 다시 몸값이 치솟아 현재 8만~10만 달러의 초청료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한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마라토너로서의 외길만을 고집해온 그는 은퇴 이후 일본이나 미국으로 마라톤 유학을 다녀 올 계획이라며 밑그림을 보여줬다.

자녀들의 교육과 또 스스로 마라톤 지도자로 대성하기 위해 엘리트 마라톤 선진국인 일본이나 마라톤 대중화가 뛰어난 미국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마지막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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