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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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인권
  • 황지수 학생명예기자 (홍주고 2)
  • 승인 2011.04.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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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다. 그만큼 학교는 교육뿐 아닌 청소년기의 인격 형성 및 사회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학교에서 올바른 인격체로 자라나며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중고등학교의 등교시간은 대부분 8시 이전이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학교로 향하면 교문 앞에서 행해지는 두발검사와 복장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교실에 들어와서도 우리는 두발과 치마길이나 바지폭에 대한 지적과 교복 위에 껴입은 외투를 벗으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러한 지적의 이유를 물으면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어긋나기 때문에", "학교규율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라는 비슷한 답을 듣는다.

서울 모 남자 중학교의 운동장 조회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운동장에 줄을 맞춰 선 학생들은 하나같이 바짝 쳐올린 검은 스포츠머리에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 동영상을 본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의 네티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게 한국의 학교라니 믿을 수 없다", "나 같으면 하루도 견디지 못할 거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도 한국의 교육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난 자살해버릴 거다" 등의 리플들이 이어졌다. 그에 비해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여 씁쓸함을 남겼다.

G20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는 경제대국이라 자부하지만 학생인권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후진국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공공연한 차별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열반 수업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성적순으로 A, B, C반 등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각자 수준에 맞는 수업을 제공해 효율성과 능률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성적이 가장 좋은 A반에만 더 많은 혜택과 양질의 수업이 제공되고, 하위권인 B반과 C반은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자도 선생님들이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때로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선생님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또,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특별반을 개설해 방과 후에 따로 보충수업을 해주거나 자습실을 제공하는 등 잘하는 학생과 부족한 학생 사이의 벽을 두껍게 세워놓는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계속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학교의 의무이다. 지금 학교는 그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태어나 '입시형'으로 길러진다. 완벽한 입시형 인재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학생의 개성이나 인격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하는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보고 배우는 것은 통제와 억압, 그리고 차별이다. 졸업을 하고 큰 사회로 나간 우리는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행한다. 아이들을 갑갑한 교복 안에 가둬 좁은 책상으로 내몰고 "우리 때도 다 그랬어" 란 말로 그들을 위로할 것이다. 공부를 안 하면 성공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그런 걸 어쩌겠냐 라고들 하지만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학교가 먼저 변화를 시도하고, 그 변화에서 만들어진 새 물결이 사회에 퍼지고 퍼져 사회의 고여 있던 물들을 순환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학생들의 일그러진 인권에 대해 둔감했다. 학생들 자신조차 일제강점기 때부터 자연스레 녹아든 억압과 차별의 벽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지내왔다. 학생의 인권에 대해 조금씩 호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체벌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은 학생인권상장을 향해 겨우 한발자국, 아니 한발자국 움직일 기미를 보인 것뿐이다. 제도적인 개선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대한민국의 학생'을 바라보는 윗세대들의 건조한 눈빛에도 이제는 봄비가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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