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기관 한정, 주말에 한꺼번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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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기관 한정, 주말에 한꺼번에 몰려"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1.04.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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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원봉사활동 환경 열악


넷째 주 토요일이었던 지난 달 주말은 봉사활동을 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한차례 몸살을 앓았다. 특히 자율학습 등으로 매월 넷째 주에만 학교를 쉬는 고등학교 3학년들에겐 그나마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고, 이미 수요가 꽉 차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그냥 포기해야만 했던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고 3 딸아이를 둔 학부모 이 씨(홍성읍 45)는 "장수원이나 유일원, 사랑육아원 등은 이미 예약이 다 끝났고, 공공기관은 주말에 쉬기 때문에 자리가 없었다. 독거노인을 만나고 싶었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예년과 달리 입학사정관제나 수시전형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부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방학 등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형식적인 봉사보다는 매월 꾸준히 한 기관을 찾아가 봉사했다는 기록이 중요해진 요즘엔 상대적으로 수요가 더 늘었다.

'봉사활동 점수제' 문제 있다
내신성적 확보를 위해 봉사활동에 매달리는 요즘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은 여러 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해당 시설이 다양하지 못하고 몇몇 시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모의 인맥을 통한 자녀의 자원봉사 시간에 대한 인센티브 알선 등으로 공정성에 대한 불만도 있다. 또 극히 단순한 봉사활동에 대한 근거 및 평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듯 학생들이 점수에만 매달려 형식적인 봉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이철이(청로회) 회장<사진>은 "지난 달 26일 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청로회 발대식이 있었다. 홍성여고 같은 경우 5명을 선발하는데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을 하여, 면접을 봐서 인원을 추려야만 했다. 아이들은 진심어린 봉사를 하고 싶어도 어른들이 판을 깔아주지 않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학교 가는 토요일을 이용해 학교 전체가 움직이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다. 또한 가족 단위로 부모와 함께 하는 자율적 봉사활동도 활성화됐으면 한다. 장애인 가정이나 독거노인의 후원자로 정기적으로 한 가정만 방문한다든지, 사이버 봉사단을 운영하여 연합동아리 등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무료급식소 등 비인가 봉사활동시설의 인가를 늘려 주변에서 쉽게 봉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기존의 봉사활동 인정기관들이 정부의 보조 등을 받아 주말에도 근무를 하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는 방식이다. 중앙 행정부와 교과부 등 대대적인 제도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앞으로 주말 봉사활동과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 보이므로 하루빨리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철이(청로회) 회장은 "몇 년 전 시각장애인 독거노인을 방문한 학생들이 나름대로 집안 구석구석 청소도 하고 안마도 하고 책도 읽어드리며 말벗을 해 드렸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어르신이 화가 나서 다시는 학생들을 보내지 말라고 호소했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인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이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하루 종일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며 이는 제대로 된 소양교육을 받지 못한 나쁜 예라고 손꼽았다.

또한 이철이(청로회)회장은 사실상 청소년들은 학교에 있는 평일보다는 주말에 거의 사고가 많은 편이라 효과적인 운영이 되려면 이와 관련된 기관들은 주말에도 연계되어야 한다. 홍성군자원봉사센터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한 주말엔 문을 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기관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제도적 장치가 체계가 잡히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어른들이 판을 깔아줘야 자율적인 봉사 가능
무조건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학생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판도 깔아주고 모범도 보이고 해야 아이들이 따라 갈 수 있는 것이다. 니들끼리 알아서 찾아 가라는 것보다 먼저 갈 곳을 더 알려주고 미리 구체적으로 교육도 시켜주는 방안이 마련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홍성교육지청 김욱태 팀장은 "인정을 해 주는 기관들이 주말에도 쉬지 않게끔 하는 것은 간단한 보조 지원만으로는 어려운 문제다. 대안으로 제시한다면 2009 개정교육과정에 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이 포함된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영역이 있다. 중학교는 3시간, 고등학교는 4시간으로 시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것을 학교 별로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통해 '더불어 사는 능력' 키워야
이철희 회장은 마지막으로 "봉사하고 마음이 기뻐야 한다.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고 기쁘지 않다면 그건 잘못된 봉사다. 내가 기쁘지 않는데 하물며 봉사를 받은 그 사람들은 기쁘겠는가?"라며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당부했다

얼만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능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한마디로 교실 밖 사회활동 참여는 저조하고, 교실 안 학업 경쟁만 극심한 기형적 교육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지식 편중 교육에서 벗어나 공동체 참여의식을 갖춘 균형적인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학부모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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